1. 시끄럽고 복잡한 민주주의
파커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평화를 중심 신앙 고백으로 삼는 퀘이커 교도인 그 다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민주주의 분야의 중요한 책으로 선정되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이 시대의 중요한 저작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책에 나온 주요 구절과 간단한 감상평을 올려 보겠습니다.
파커 파머는 차이를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갈등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견 차이가 있는 상대를 악마로 여기며 적대시하는 걸 문제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가능하면 의견 차이가 없는 상태를 바랍니다. 갈등이 문제라고 보기도 합니다. 내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악마로 여기지는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냥 일반이니까요. 저만 그럴까요.
‘부서져 열리는 broken open 마음’
‘부서져 열리는’이라는 말은 아마도 이 책의 주제일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비통한 자들 the brokenhearted’이나 ‘부서져 흩어지는 broken apart’ 같은 말과 함께 ‘broken’이라는 상태를 공유합니다. 역자인 김찬호 교수는 ‘용기는 거대한 권력에 의연히 맞서는 기백 이상을 뜻한다. 온갖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음이 무너지고 부서질 때, 체념하지 않고 자아의 중심을 붙들 수 있어야 한다. 엄습하는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맹목적인 집단 숭배에 열광하거나 사적인 안위와 소비주의에 탐닉하지 않고, 내면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응시해야 한다. 그래서 당신은 당위와 현실 사이이 비극적 간극을 가슴에 품고 견디는 ‘비통한 자들 the brokenhearted’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부서져 흩어지는 broken apart’ 것이 아니라 ‘부서져 열리는 broken open’ 마음이 요구된다.’라고 합니다. 단순히 부서진 마음도 아니고 부서져 흩어지는 상태도 아닙니다. 우리는 보통 부서져 흩어지고 마는데 파커 파머는 ‘부서져 열리는 마음’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새롭고 발전적입니다.
‘나는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줄이자고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고, 창조적 갈등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사회 변화의 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당파주의는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것이 문제다. (55p)’
앞에서도 말했듯이 파커 파머는 차이를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즉,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을 악마로 여기지만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기반 위에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시끄럽고 복잡하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길 바랍니다.
민주주의는 효율이 떨어지고 독재가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 많습니다. 저도 이 생각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체득하려고 날마다 노력합니다. 독재를 찬양하거나 그 향수를 잊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도 민주주의의 복잡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만큼 사는 게 힘들어서 일수도 있습니다. 저도 때로는 누군가 강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해줬으면 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나하나 의견을 내고 결정하는 것 역시 어렵고 피곤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세상에는 한 사람만 필요해집니다. 의견과 두뇌를 가진 단 한 사람. 나머지는 그저 기계처럼 잘 따라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이 세상의 존재 양식과 맞지 않습니다. 세상에 60억 이상의 사람이 있다는 건 60억 개의 의견이 존재할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60억 명의 ‘민주’인 것입니다. 다양함은 기본적으로 시끄럽고 다채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시끄럽고 복잡할수록 민주주의의 성격을 더 잘 나타내는 건지도 모릅니다. 시끄러움을 감수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한 발 더 나아갈 것입니다. 몰리 이빈서는 ‘당신은 당신을 이곳에 이르게 한 그들과 함께 춤춰야 한다.’라는 저작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민주주의는 깔끔할 수도, 정돈된 것일 수도, 조용한 것일 수도 없습니다. 민주주의에는 어느 정도 혼란이라는 양념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동의가 됩니다.
파커 파머의 말처럼 상대를 적으로 여기지 않고 민주주의의 힘을 진정으로 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책에서 찾아낸 답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아는 것’입니다. 요즘 제 작업과 맞춰본다면 ‘인터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상대방을 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37p)’
대대로 적은 인격이 없는 존재, 스토리를 갖지 않는 야만으로 여겨졌습니다. 먹고 싸우고 죽이기만 좋아하는 적. 그런 적이라야 나도 적대감을 갖기 쉽고, 상해를 입힐 때 죄책감도 덜할 것입니다. 하지만 삶의 내력을 알면 상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노숙인 생애사 작업을 하면서 노숙인들을 멀리할 수 없고, 그런 종류의 책을 읽은 사람이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인터뷰 글쓰기의 힘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면 함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가만히 있으라’ 할 수 있습니다. 그에게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일상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인간이 비슷한 일상을 가진 존재를 적으로 여길 수 있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비로소 적을 인간으로 여기게 해줍니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책은 이제 시작입니다. 처음부터 여러 생각할 주제를 던지는 책입니다. 파커 파머와 이 책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마칠 때 즈음에는 저도 한층 더 민주적인 인간이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평화로 사람들 사이를 중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좋은 사회가 될 테고요. 차근히 이 책을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