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2. 민주주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꽃 핀다.

by 나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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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서져 열린 마음’은 용기를 일으키는 힘이다.


‘부서져 열린 마음은 자비심만이 아니라 힘의 근원이기도 하다. 우리를 왜소하게 만드는 것들을 끌어내리고 강하게 만드는 것들을 끌어올리는 힘 말이다. 우리는 위대한 여러 사회운동이 해온 일들을 수행함으로써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마음의 힘을 교육하고 이끌어내는 데 시간, 기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다. 역사가 일관적으로 보여주듯이 마음은 말을 하고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 행동은 전형적인 권력에 의해 유발되는 것만큼이나 실제적이다. (65p)’

책의 서두에서 김찬호 교수가 언급했던 ‘용기는~온갖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음이 무너지고 부서질 때, 체념하지 않고 자아의 중심을 붙들 수 있어야 한다. 엄습하는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맹목적인 집단 숭배에 열광하거나 사적인 안위와 소비주의에 탐닉하지 않고, 내면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응시해야 한다.’ 이런 식의 용기. 그래서 세상을 바꾸고 행동하게 하는 힘. 그것이 ‘부서져 열린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갖기는 참 어렵지만 우리가 ‘부서져 열린’ 다면 ‘상처 입은 치유자’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상’이라고 말할 때는 구체성이 필요하다. 미국인인 파커 파머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해 미국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미국의 건국자들이 만든 통치 구조는 역사에서 빛나는 정치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그 구조는 자기의 마음속에 긴장을 끌어안는 법을 배운 국민에 의해서만 애당초 의도한 대로 기능한다. (66p)’

파커 파머에 따르면 세상을 바꾸는 일의 구체적 형태인 통치 구조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역시 마음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건 크게 어려운 상상이나 결론은 아니다. 긴장을 끌어안아야 상대와 평화적으로 토론할 수 있고 그 토대 위에 건설적인 아이디어도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삶은 너무나 평범해서 공기나 물처럼 당연시된다. 그러나 건강한 생태계가 깨끗한 공기와 물에 의지하듯 건강한 민주주의도 공공의 삶에 의지한다. 나서서 관여하는 대중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죽기 시작하고, 과두정치 같은 것이 등장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67p)’

‘세상’이라는 말은 ‘공공의 삶’이라는 말로 한 번 더 구체화된다. 저자가 말하는 공공의 삶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이리저리 움직이는 일상’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으로 이뤄진다. 타인을 만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또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니까 마음, 정치, 세상, 공공의 삶, 민주주의는 다 연결된 개념이다.


‘좋은 애국자는 자기 나라와 끊임없이 사랑싸움을 한다. (78p)’

윌리엄 슬론 코핀의 말에 민주주의에서 ‘부서져 열린 마음’이나 ‘마음’의 중요성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고, 그 만남 속에 변화나 발전을 꾀하는 것이라면 최종 목적 역시 파괴적인 형태는 아니어야 할 것이다. 변화를 위한 변화, 존재를 파괴시키는 민주주의를 원하는 게 아니기에 ‘사랑싸움’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싸우더라도 애정이 있는 상태에서 싸워야 관계가 파괴되지 않고 발전적으로 변한다. 서로를 파괴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더 좋은 상태를 꿈꾸며 싸울 때 관계는 성숙한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치 참여에 애쓸 때도 최종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종종 살펴야겠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많다. 언어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민주주의’나 ‘마음’이라는 게 물질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행동해야 얻을 수 있는 지식이기에 글로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그에 따라 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높은 이해도로 행동력도 증가하는 선순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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