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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대드 Working Dad Mar 30. 2021

스타트업 복지, 이런 건 어때요?

차별화된 복지 프로그램을 찾는 스타트업에게

2년 전,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준비하면서 여러 회사들의 채용공고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는데요, 당시 저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부분이 이들의 [복지제도]였습니다. 수면실, 안마의자, 무제한 간식, 무제한 커피, 무제한 맥주 등등


"회사에서 잠을 잘 수 있다고?" "커피를 공짜로 준다고?" "일하면서 맥주를 마셔도 된다고?"


이전 회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수의 일탈 행동들이 버젓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제 마음은 이미 실리콘밸리에 와 있는 듯했습니다. 물론, 금전적 가치로 따지자면 대기업에서 제공하는 자녀 학자금이나 가족 건강검진권 등이 훨씬 비싸겠지만, 한창 스타트업 판타지에 취해있던 저에게는 이런 아기자기한 복지들이 오히려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당시에 제 가슴을 가장 뛰게 한 건 바로, "최고의 동료가 최고의 복지다." 도대체 얼마나 멋진 동료들이길래, 최고의 복지라는 말까지 붙였을까... 엄청 설레었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할 수 없는 이런 종류의 복지 아이템은 기대와 현실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이후에도, 저는 채용 산업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회사들, 특히, 스타트업의 채용공고를 자주 접하게 되었는데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채용공고에 담긴 회사들의 복지가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면서 기존에 신선하고 획기적이었던 아이템들이 불과 2~3년 만에 식상하고 차별성 없는 Ctrl C+V 항목들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특히나 저, 저, "최고의 동료" 복지는 거의 모든 회사가 제공하더군요.


그래서 최근에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 지극히 스타트업스러우면서, 아마도 스타트업만 시도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복지 아이템을 아이디어 제너레이션 차원에서 공유드려 보려고 하는데요, 일부는 이미 어디에선가 시행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훌륭한(?) 기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고요, 이것 말고도 우리 회사만의 독특한 복지 아이템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공유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넷플릭스, 왓챠 같은 OTT 구독 서비스


외부 교육 지원도 좋지만, 요즘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직원들에게 넷플릭스 계정 하나씩 만들어주고 회사에서 비용을 내주면 어떨까요? 째실하게 4명당 계정 1개 이런 거 말고, 인당 계정 1개씩 제공해서 가족들도 같이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면 회사에 대한 가족 전체의 로열티가 뿜 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표 혹은 경영진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드러난 콘텐츠가 있다면 직원들에게 추천해서 각자 감상한 후, 다 같이 소감을 나누는 등의 비전 쉐어링 활동도 가능합니다. 이전 회사에서 대표와 서로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왓챠 콘텐츠를 공유(콘텐츠 제목만 공유, 계정은 노 공유, 내돈내산)하곤 했었는데, 대표의 마인드와 비전 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2. 아웃스탠딩, 북저널리즘 등의 프리미엄 아티클 구독 서비스


도서 무료 지원도 좋지만,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가 어디 쉽나요. 짧고 임팩트 있으면서 트렌디하고 직무 역량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아웃스탠딩이나 북저널리즘, 퍼블리 같은 서비스의 유료 구독이야말로 큰돈 안 들이면서 직원들 역량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알찬 복지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비스마다 다르겠지만, 아티클 구독 서비스들은 OTT 서비스보다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하나의 계정을 10명 가까이 공유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서 ROI가 매우 높은 복지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3. 반려동물 경조/출산 휴가


요즘 주변에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1인 가구가 참 많습니다. 꼭, 1인 가구 아니더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사람과 다르지 않은 가족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요즘의 트렌드, 그리고 동물을(아니, 가족을) 사랑하는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차원에서 반려동물의 생일이나 출산, 혹은 결혼(?)이나 사망 시, 유급 휴가를 제공하고, 재정적인 여유가 있다면 경조금도 지원하는, 이런 파격적인 복지 어떨까요?




4. 클래스101, 마이비스킷 온라인 취미 클래스 이용권


이것도 외부 교육 지원을 대체할만한 복지인데요, 코로나 시국에 사람들 많은 곳에 가기도 어렵고, 참여하더라도 뻘쭘하게 네트워킹하는거 말고는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십수만 원짜리 콘퍼런스 말고, 집에서 혼자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취미 클래스 이용권을 제공하면 어떨까요?


온라인 직무교육도 트렌디하고 유익한 콘텐츠들이 많기 때문에, 직원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매우 높을 것 같습니다. 요즘 보니까 클래스101이나 마이비스킷에서 B2B 패키지 상품 홍보를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이런 거 잘 활용하면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권을 구입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아만다, 블릿 같은 미팅앱 캐시  


이 아이템은 제가 적으면서도 참 격세지감이라고 느끼는 부분인데요, 저 연애하고 결혼할 때만 해도 이런 미팅앱, 데이팅앱이 없어서 몰랐는데, 요즘에는 요런 앱을 통해서 이성과의 만남, 새로운 친구 사귀기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전 직장에서 30대 초반 동생과 대화를 나누다가 미팅앱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런 거 장사가 되려나? 누가 이런 데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겠어?" 했더니, "형! 요즘은 다 여기서 만나요. 소개팅 시켜달라고 하기도 귀찮으니까 앱에서 만나는 게 편하고 좋아요." 라는 말을 듣고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요즘 다양한 종류의 미팅앱, 데이팅앱이 생겨나는 걸 보면, 확실히 이용자가 많은 것 같은데요, 서비스의 특성상 20~30대 젊은 층이 주이용자겠지요? 그러니, 상대적으로 조직 구성원의 연령대가 낮은 스타트업들은 이런 앱의 캐시를 벌크로 저렴하게 구매해서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나눠줘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6. 회식 대신 가족 식사권/가족사진 촬영권


직장인들은 대체로 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리더가 껴 있는 회식은 더욱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회식의 "회"자만 잘못 꺼내도 역적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먹고 마시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회사에 재정적인 여유가 된다면 회식비 대신에 가족들끼리 식사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해 주면 어떨까요?


가족들의 회사 지지도가 직원의 근속기간을 늘리는데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거 생각해 본 적 있으실까요? 저만 해도, 이전 회사에서 현재 회사로 옮길 때 가장 반대했던 게 제 아들인데요, 이전 회사에서는 명절마다 본인이 원하는 선물을 신청해서 받을 수 있었는데, 저는 매번 아들과 함께 할 닌텐도 게임 타이틀을 신청해서 받았습니다. 이직하고 나면 이제 그거 못 받는다고 얼마나 반대하던지... 대기업에서도 굳이 직원들 가족까지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드리고 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식사권 대신에 가족사진 촬영권도 가족들의 응원을 얻어낼 수 있는 좋은 복지가 될 것 같습니다.   




7. 업계 롤모델과의 만남 주선  


개인적으로, 회사 내에 사수나 롤모델이 없는 경우가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가장 필요하면서도 직원들에게 큰 동기 부여를 줄 수 있는 복지라고 생각하는 사항인데요,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워런 버핏과의 한 번의 점심식사를 위해 50억 원을 지급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리 같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지구 상에 어느 누군가에게는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개인적 만남, 그와의 대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이처럼 우리는 종종 롤모델의 삶에 빙의하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삶을 살아가는 동력을 얻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슬럼프에 빠져 있는 조직 구성원을 위해 회사가 나서서, 대표가 나서서 평소 롤모델로 존경하던 누군가와의 개인적인 만남을 주선해 준다면, 무척이나 감격스럽고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대표 혹은 인사팀 혹은 각 조직의 리더들이 평소에 온/오프라인에서 업계 내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또 조직 구성원들의 롤모델이 누구인지 파악해 두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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