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무소 선택 기준
토지 매입 계약을 완료하고 나서 바로 착수한 일은 설계사무소 결정입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선배 건축주들의 다양한 시공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는데요,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설계의 중요성입니다. 설계가 디테일하게 잘 되어 있을수록, 시공에서 건축주와 시공사의 다툼이 줄고 준공 이후의 하자도 적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마다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 지출한 설계비용이 천차만별이라(작게는 3백만원부터 많게는 5천만원) 건축 예산에 얼마를 반영해야 하는지 도통 기준점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부딪쳐 보자는 생각으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몇 곳의 설계사무소에 대략적인 건축 계획을 설명(연면적 50평에 2층 목조 주택)하고 설계비용을 문의해 보았는데, 평균 2천만원 내외의 설계비용이 예상되었습니다.
설계사무소 중에는 시공을 위한 상세 도면이 아닌 건축인허가를 받기 위한 간단한 도면을 제작해주는 일명 '허가방'이라는 곳이 있는데, 3~5백만원 수준의 설계는 이런 허가방에서 해 주는 설계라는 것도 이 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저렴한 설계도 건축의 목적에 따라 필요한 경우가 있겠지만, 실제로 시공 가능한 수준의 설계는 아니기 때문에, 이후에 다시 설계를 해야해서 비용이 중복 지출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략적인 비용과 진행 방식에 대한 스터디가 어느 정도 되었으니, 이제 실제로 계약을 맺고 설계를 의뢰할 설계사무소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각자 인터넷을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설계사무소를 찾고, 상호 협의를 거쳐 2~3개의 업체를 선정한 후, 각각의 업체와 미팅을 해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는데요, 그렇게 추린 3개의 업체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1. 우리 집이 지어질 법흥리에 단독주택 레퍼런스가 많은 설계 사무소 A
2. 목조주택 건축 관련 유명한 카페에서 평이 좋은 설계 사무소 B
3. 전국적으로 단독주택 레퍼런스가 많고, 시공까지 연계해서 진행하는 설계 사무소 C
1주일간 3개 업체와 미팅을 한 차례씩 진행했고, 설계 사무소 C와 계약을 하기로 최종 결정을 했는데요, 우리 부부가 C를 선택한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설계 사무소 C의 상호명과 레퍼런스 정보는 포스팅 말미에서 확인해 주세요.)
우선, C는 다른 설계사무소와 달리 연면적 기준 "평당 00만원"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점이 좋았는데, 두루뭉술하게 "1,500만원 정도", 혹은 "2,000만원 정도" 이렇게 표현하는 설계사무소와는 달리 전반적인 일처리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일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진구조비, 감리비 등 별도 항목 또한 비용 기준이 명확했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설계비가 예산으로 책정해 놓은 2천만원 내에서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C는 전국에 다양한 주택 건축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었고, 그 사례들을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상세히 기재해 놓아서 참고할만한 자료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레퍼런스 중에는 우리가 짓고 싶은 집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곳이 있어서 미팅을 할 때에도 해당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니 우리 머리 속에도 집의 형상이 잘 그려져서 대화가 편했습니다.
홈페이지 자료 중에는 기존 건축주들을 인터뷰한 영상들도 있었는데, 건축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않은 건축주가 이런 홍보 인터뷰에 응해줄리 없으니, 작업 퀄리티에 대한 신뢰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C는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도 깔끔하게 제작되어 있고, 블로그 관리도 신경써서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레퍼런스도 많으면서 마케팅 활동을 열심히 하는 회사라면 회사의 평판이 중요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집을 설계할 때도 대충대충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C의 경우, 미팅을 어레인지하는 직원이 따로 있어서 건축사와의 미팅 일정을 조율해 주었고, 변동 사항이 있을 때마다 전화와 카톡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명확하게 해 주어서 신뢰가 가는 부분 또한 좋았습니다. 첫번째 미팅을 약 2시간 동안 진행했는데, 건축사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분들까지 총 3명이 미팅에 참여해서 회사에 대한 소개부터 설계 진행 방식, 건축 사례 등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설계 의뢰부터 완료까지는 평균 3개월, 시공까지 생각하면 최소 7~8개월 동안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상대이기에 서로 대화가 잘 통해야 했고, 설계도, 건축도 처음인 우리 부부의 궁금증을 친절하면서도 충실히 해소해 줄 수 있는 건축사를 만나고 싶었는데, C는 그런 부분에서도 3개 업체 중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C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인데, C는 하나의 회사 안에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함께 있어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 혹은 건설에 있어 일반적으로는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는 것이 정석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설계자가 건축주를 대리하여 시공자가 설계대로 시공을 잘 하는지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설계와 시공을 동일한 곳에서 진행하는 경우 설계자는 건축주가 아닌 시공자의 편에 서서 시공상의 문제가 발생해도 모른척 지나칠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축주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설계와 시공의 분리 원칙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가 C를 선택하여 한 회사에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기기로 한 이유는 비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설계와 시공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에는 먼저, 건축주의 예산에 맞춰 설계자가 설계를 하고, 제작된 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시공업체들로부터 견적을 받게 되는데, 설계자는 설계 단계에서 자재와 인건비의 시세를 100% 정확하게 반영하기가 어려워 막상 시공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 보면 건축주의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안 그래도 빠듯한 예산으로 건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여 예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보다는 시공 견적을 설계단계부터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와 시공을 일괄로 진행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듯 기존의 여러 레퍼런스와 건축주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C라면 설계와 시공을 한 회사에서 진행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건축 퀄리티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C에 설계 의뢰를 맡기기로 결정하고, 설계 진행을 위한 첫 미팅은 법흥리 현장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두 분의 건축사가 현장을 방문하여 땅 구석구석,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 보며 토지 내 건물의 위치와 방향, 주차장 위치와 차량 진입 동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는 우리 부부가 원하는 집의 구조와 기능,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설계 컨셉을 함께 잡아나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부부의 니즈를 반영한 평면을 그 자리에서 슥슥 그려서 대략적인 공간 구성을 보여주었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12월 초, 쌀쌀한 초겨울 바람이 거셌지만 저와 아내의 마음은 3월의 봄기운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To be continued...
[C 업체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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