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류에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면 좋은 3가지 이유
최근 2~3년 사이에 이직 과정을 경험하신 분이라면, 직군에 관계없이 지원서류에 이력서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회사를 종종 보셨을 겁니다. 예전에는 포트폴리오가 미술이나 패션,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자신의 경험과 실력을 실재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준비하는 일종의 컬렉션, 작품 모음과 같은 개념이었는데요, 요즘 채용시장에서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마케터, MD, 기획, 개발, 전략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직무에서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의 결과물이 이미지화 되어서 드러나지 않는 직무 담당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원 자체를 포기하거나, 이력서만 제출했다가 광탈의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요, 포트폴리오는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의 폭을 조금만 넓혀 보면 어느 직무든 충분히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업 담당자라면 자신이 수주한 프로젝트, 혹은 비딩했던 프로젝트의 배경과 진행상황 결과를 관련 이미지와 함께 정리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고, HR 담당자라면 회사에서 운영한 다양한 교육 / 평가 / 보상 프로그램들의 대략적인 내용을 도식화해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회사의 기밀 사항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케터나 디자이너처럼 이미지화된 자료가 없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인터넷 기사, 내가 직접 만든 표나 도형, SNS 캡처 사진 등 어떻게 하면 내가 담당했던 일을 이미지화해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시면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커리어 컨설팅을 할 때, 설령, 지원하려는 회사에서 지원서류에 포트폴리오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포트폴리오를 꼭 함께 제출하라고 말씀 드리는데요, 그만큼 채용과정에서 포트폴리오의 파워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제가 이직을 도와드린 마케터가 있었는데, 처음에 이력서만 냈던 회사는 모조리 서류탈락하고, 이후에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함께 제출한 회사는 전부 서류통과 후, 최종합격도 두 군데나 했더랬습니다. 심지어 그 중에는 이전에 서류탈락했던 회사에 재지원해서 통과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이력서가 전쟁터에서 손에 들고 싸우는 검이라면, 포트폴리오는 나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주는 버프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이직도 경쟁인데, 무기만 들고 싸우는 것보다는 버프 받으면서 싸우는게 당연히 이길 확률이 높지 않겠어요? 그러면 지금부터,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버프가 될 수 있는지, 이직할 때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이유 3가지를 설명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포트폴리오가 이력서나 경력기술서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이미지 중심의 자료라는 점입니다. 마케터라면 담당했던 캠페인의 배너나 영상 프레임을 담을 수 있고, MD라면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상품의 이미지를, 기획자라면 담당했던 주요 서비스의 목업이나 홍보 시안 등을 담을 수 있겠죠.
글은 읽는 사람의 지적 수준, 경험의 수준, 상상력의 수준에 따라 이해의 폭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이력서에 적어 놓은 내 경력사항을 채용 담당자가 읽었을 때, 상당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떠한 일을 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채용담당자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상상하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경험한 산업, 수행한 업무, 습득한 스킬이 채용담당자의 경험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이력서에 아무리 설명을 잘 해 놓아도 무쓸모가 되기 쉽상입니다. (물론, 경험 많고 실력 있는 채용담당자일수록 이력서 이해 및 분석 능력이 뛰어 나겠지만요.)
이러한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게 포트폴리오입니다.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보는 이에게 지원자의 일 경함을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원자의 경력과 경험이 더 잘 이해되고,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은 그 지원자에 대한 관심과 공감의 영역으로까지 넓혀져서 면접으로 연결될 확률이 올라갑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이 딱 와 닿는 대목입니다.
다들 경험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력서 양식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경력기술서나 자기소개서를 맛깔나게 작성함으로써 본인의 역량과 애티튜드에 대해 간접적으로 어필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100명이라면, 100개의 이력서의 생김새는 대동소이합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는 좀 다르죠. 정해진 양식이 없기 때문에 내용의 구성, 표현 방식, 디자인 등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력서처럼 경력을 단순히 나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센스와 개성, 실전 업무 스킬(PPT 활용 능력, 디자인 실력, 기획 역량 등)을 마음껏 뽐낼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꼭 포트폴리오를 화려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HR이나 전략, 세일즈나 개발 등 디자인과는 거리가 먼 직군의 경우에는 깔끔하고 정갈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됩니다. 그건 그것대로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어서 채용담당자로 하여금 지원자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자, 이건 정말 저만 아는 비급이자, 가장 중요한 세번째 이유인데요, 포트폴리오는 서류전형 뿐만 아니라, 면접 전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면접 통과율이 올라갑니다.
왜 그러냐면요, 면접에서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이 (이미지가 주는 강력한 몰입감 덕분에) 주로 포트폴리오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포트폴리오는 내가 직접 경험한 일들, 그 중에서도 내가 좋은 성과를 냈던 일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나의 강점"에 포커스된 대화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포트폴리오 없이 이력서만 제출해도 똑같지 않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력서는 빽빽한 글로 적혀 있어서 세부 내용이 면접관 눈에 잘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력서에서 눈에 띄는 경력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몇 개 하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력서를 꼼꼼이 훑는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귀찮아 지고, 그 때부터는 면접관 본인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조금 전까지와는 다소 결이 다른 종류의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와 같은 지원자가 미처 예상하기 어려운 질문들이요.
기본적으로 면접 통과율을 높이려면,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을 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제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면접 준비를 열심히 한 분이라도 예상치 못 한 질문,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한 질문에는 흔들리기 마련이고, 면접관이 원하는 답을 찾으려다가 잘못된 수를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면접 전략을 세울 때는 면접관의 관심이 "최대한 오래" 나의 성과와 경험에 맞추어 지도록 해야 하고, 그걸 가장 잘 도와 주는게 바로 포트폴리오입니다.
대부분의 면접은 시간이 정해져 있죠. (물론, 시간 제한 없이 2~3시간씩 면접을 보는 곳도 종종 있습니다만...) 평균 1시간, 길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동일한 시간을 내가 잘 아는 내용으로 80%를 채우는 것과 내가 잘 모르는 내용으로 80% 채우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에게 유리할까요? 당연히 전자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