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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문 Sep 29. 2021

화려하지 않아도

오사카 우메다 공중정원

아무 이유 없이 좋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어두운 밤 인간이 만들어 낸 은하수, 야경이다. 때문에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그곳의 밤 풍경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필수적인 나의 여행 루틴이다. 오사카 지역 여행 당시에도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느지막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뉴욕의 맨해튼, 타이페이 101과 같이 이전에 보았던 야경들은 크고 넓고 화려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우뚝 솟은 건물들을 보다 보면 가히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멋진 풍경들이었다. 반면에 우메다 공중정원에서의 야경은 화려한 불빛도 없고 우뚝 솟은 건물들도 없다. 각각의 건물은 키를 맞추며 서있고, 불빛들은 적당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참을 머물렀다. 눈이 호강하는 화려함은 없었지만 무엇인가 편안하게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고, 그 매력에 매료되어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화려한 야경이 아니라서 실망하기는커녕 오히려 내 눈에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 광경을 마음속 잔상으로 남기기 위해 구석구석 관찰했다.


화려하지 않음에도 아름다울 수 있었다. 찬란한 불빛과 눈에 띄는 특징이 없어도, 아니 오히려 그러한 것들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었다. 더 뛰어나고, 빛나고 싶어하는 이 세상에서 잔잔하게 조화를 이루어감으로 나만의 아름다움을 구축하고 싶어졌다. 나의 삶이 우뚝 솟은 건물처럼, 빛나는 네온사인처럼 화려하지 않을 수 있어도, 누군가 구석구석 뜯어보고 관찰해봤을 때 하나하나 조화롭게 아름다움을 풍기며 매력적인, 그러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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