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5년 전 나는 처음 카메라를 구입했다. 어떠한 이유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사진 좀 찍는다는 주변 소리를 과대 해석해서 나도 뭔가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용감한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카메라를 구입하고 찍는 둥 마는 둥 일 년 정도를 보낸 것 같다.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도 몰랐기에 여행길에 소지하는 정도의 빈도로 사용했던 것 같다. 그마저도 금세 질려버렸기에 방 한구석에 치워버렸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카메라를 들고 무엇인가를 하는 행위에 대해서 정당성을 찾지 못했다. 휴대폰이 아닌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 목적과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고, 큰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누비는 모습은 사실 실용주의자인 나에게 그렇게 멋진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애물단지 같은 카메라를 드는 행위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었다.
그러다 2021년을 끝으로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적이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끈질기게 고민했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많이, 빠르게 변화하는 생각을 하나로 뭉치지 못했기에 어중간한 인생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즈음 모든 것을 멈추고 뭐든 손 닿는 대로 도전해 보자 하면서 다시 꺼내든 것이 그 카메라였다.
공백기를 가지면서 나는 무작정 길을 나섰다. 결국 어떠한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실제로 무작정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발이 닿는 곳으로 무작정 걸어 다니며 그 카메라는 처음으로 나에게 쓸모 있는 물건이 되었다.
천천히 걸으면서 작은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보는 세상은 정처 없이 걷는 나에게 좋은 친구이자 도구로 여겨졌다. 빠르게 툭툭 찍어내던 휴대폰 카메라와 달리 숨죽인 채로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결과물을 만들려고 하는 행위는 전혀 의식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고, 그렇게 나는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며 순간을 향유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한동안 거리로 나갔다. 순간을 향유하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나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그 시선들이 모여서 어떠한 형태를 이루는지를 관찰했다. 그리고 이 행위를 반복하면서 빠르게 살면서 지쳐버리고 휩쓸려버렸던 나의 상태를 다시금 잔잔하게 만들었다. 카메라를 손에 파지한 순간 나는 꽤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다.
이렇듯 나의 이 작은 카메라는 나에게 순간을 향유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좋은 카메라, 비싼 렌즈가 필요하지 않다. 여전히 내가 숨 가쁘게 살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린 듯 생각이 들 때면, 그저 내가 숨죽이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손에 익은 이 작은 도구로 세상을 바라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