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사진은 인생과 같다

by 필문

첫 시작은 사울레이터 전시였다. 그전까지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고사하고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전시를 보며 나의 일상에서도 예술적인 순간들이 깃들어 있음을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사울레이터의 발자취를 따라 자연스럽게 스트릿사진으로 사진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아무 생각 없이 샀던 후지 미러리스 카메라는 스트릿사진에 가장 적합한 도구가 되었고 그렇게 서울 길거리를 정처 없이 걷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장르를 접한 초심자로서, 길거리는 나의 놀이터였다. 두 귀를 막고 잔잔히 길을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아름답다라고만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그런 흥미로운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셔터를 마음껏 누르지 못하게 되었다. 좀 더 진지한 예술로서의 사진을 하고 싶은 욕망이 앞서서 그런가. 그동안 과감히 누르던 셔터의 무게가 느껴졌고, 손가락이 굳은 것처럼 내 이성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반복이 되면서 어느 시점 이후로는 ‘좋은’ 장면들을 단 한순간도 얻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다. 그러한 기간이 계속될수록 사진가로서 올바른 방향을 걸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질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변화 포인트가 나의 행동 패턴을 바꾸었는지. 절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어느 날 문득 거리를 걷다가 이러한 행위가 내가 살아온 인생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내 맘대로 풀리지 않는, 제어할 수 없는 순간을 살면서 어느 것도 내 뜻대로 전혀 얻지 못하는 것 같은 인생과 동일하게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생이 계속될수록 무기력감은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사진도 그렇듯이 그렇게 정처 없이 걷는 시간은 결국 단 하나의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딘지 모르는 길을 무작정 걷다 보면 계획하지 못한 공간과 시간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러한 장면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걸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나의 인생도 결국 어떠한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 정처 없이 걷는 과정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끝에는 가장 ‘좋은’ 장면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나는 여전히 걷고 있다. 그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는 것은 언젠가 다가올 '좋은' 순간을 위해 당연히 존재해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이 지루하고 정처 없는 시간들을 견디고 버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계속 걷게 된다.


https://www.instagram.com/feelmoon.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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