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을 안 먹기로 한다
한 번쯤
안 먹으면 어때 하고 포기했다가
혼난 일이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환자가 아니고 싶고
아무 약도 안 먹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해 본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지만
약을 안 먹고 사는 이들이
요즘은 제일 부럽네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이들이
정말로 부럽네
그러나 이 한 번쯤이
너무 오래가면 안 되겠지
오늘 하루만
내가 나를 용서하기로 한다
*수녀님이 암 투병 중 쓰신 시입니다
수녀님의 병상일기를 읽다가
나는 한 문장에서 오래 머물렀다.
‘오늘 하루만
내가 나를 용서하기로 한다’
약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은
몸을 해치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늘만큼은 환자가 아니고 싶다’는
아주 인간적인 바람에 가깝다.
치료를 거부하는 마음이 아니라
정상으로 살고 싶은 마음.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정말로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힘이다.
우리는 종종
버텨야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말하면서
쉬어도 되는 이유는
자기에게 잘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가 귀하다.
무모함을 꾸짖지 않고
자기 연약함을
‘하루치’로 품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한 번쯤이
너무 오래가면 안 되겠지’
여기에는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태도가 있다.
쉬되, 돌아오겠다는 약속.
자기 연민이 아니라
자기 보살핌의 언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 시는 이렇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지기 위해 애쓰는 날만큼
괜찮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하루를
스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을 때
내일을 다시 선택할 힘이 생긴다고.
나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잠시 내려놓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
숨을 고르는 연습을.
그것이
힘들 때마다
내일로 나아가는 나를
살리는 방법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