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by 여울

與鬱의 生生知音

“겨울의 줄기 위에
봄이 점처럼 찍힌다.

완성된 계절이 아니라
막 드러나기 시작한 기운.

無는
없음이 아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우리는
‘완성된 봄’을 기다립니다.
꽃이 활짝 피어
누구의 눈에도 분명한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시인은 말합니다.
봄은 점처럼 찍힌다고.
아주 작고,
아직은 설명하기 어려운 기운으로 먼저 온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삶에도
그런 ‘점’이 얼마나 많았는지.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아주 조금 부드러워진 날,
포기하려다 한 번 더 시도해 본 순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글 한줄에,
다시 숨을 고르게 되었던 저녁.

그때는 몰랐지만
그 점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우리는
종종 ‘없는 것’에 마음을 씁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것,
채워지지 않은 자리,
드러나지 않은 결과들.

하지만
정말로 ‘없는 것’일까요.

아직 보이지 않을 뿐,
겨울의 줄기 어딘가에
이미 점처럼 찍혀 있는 것은 아닐까요.

‘無는 없음이 아니다’

지금의 없음이
실패가 아니라 준비일 수 있고,
멈춤이 아니라
자라고 있는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을요.

어둠은
꽃의 시간을 품고 있다고 했습니다.
빛이 없는 시간,
씨앗은 썩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마음이 아직 꽃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점 하나로 충분합니다.

완성되지 않아도,
설명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존재는 그렇게 ‘되어 가는’ 중이니까요.

오늘 아침,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기를 바래 봅니다.
보여지는 결실보다
작은 기운을 알아보는 하루가 되기를.

겨울 줄기 위에
이미 찍혀 있는 그 작은 봄을
제가 먼저 믿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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