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둔다_이성선

by 여울

그냥둔다_이성선


마당의 잡초도
그냥 둔다.

잡초 위에 누운 벌레도
그냥 둔다.

벌레 위에 겹으로 누운
산 능선도 그냥 둔다.

거기 잠시 머물러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

내 눈길도 그냥 둔다.

여울의 生生知音

詩를 읽으며
그냥 둔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함부로 개입하지 않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잡초를 뽑지 않고,
벌레를 쫓지 않고,
산을 해석하려 들지 않는 태도.

그저 존재가 존재로
머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일 말입니다.

우리는 하루를 시작하며
너무 많은 것에 손을 대려 합니다.
고치고, 정리하고, 판단하고,
의미를 붙이느라
정작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요.

‘그냥 둔다’는 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존중의 방식’일 수 있다.
이 詩가 말해줍니다

‘있는 그대로 두어도
하루는 충분히 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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