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산 같은 마음으로 _이해인
언제 보아도 새롭게 살아오는
고향 산의 얼굴을 대하듯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또 한 번의 새해
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
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 주고 용서하며
집집마다 거리마다
사랑과 평화의 나무들을 무성하게 키우는
또 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분단의 비극으로
정든 산천, 가족과도 헤어져 사는
우리의 상처받은 그리움마저
산처럼 묵묵히 참고 견디어 내며
희망이란 큰 바위를 치솟게 해야 하리
어제의 한과 슬픔을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며
우리도 산처럼 의연하게
우뚝 서 있어야 하리
우리네 가슴에 쾅쾅 못질을 하는
폭력, 전쟁, 살인, 미움, 원망, 불신이여 물러가라
삶의 흰 빛을 더럽히는
분노, 질투, 탐욕, 교만, 허영, 이기심이여 사라져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디선가 흰 새 한 마리 날아와
새해 인사를 건넬 것만 같은 아침
찬란한 태양빛에 마음을 적시며
우리는 간절히 기도해야 하리
남을 나무라기 전에
자신의 잘못부터 살펴보고
이것저것 불평하기 전에
고마운 것부터 헤아려 보고
사랑에 대해 쉽게 말하기보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날마다 새롭게 깨어 있어야 하리
그리하여 잃었던 신뢰를 되찾은 우리
삼백예순다섯 날 매일을
축제의 기쁨으로 꽃 피워야 하리
색동의 설빔을 차려입은 어린이처럼
티 없이 순한 눈빛으로
이웃의 복을 빌어 주는 새해 아침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대하듯
언제 보아도 새롭고 정다운
고향 산을 바라보며 맞이하는
또 한 번의 새해
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
언제나 서로를 마주 보며
변함없이 사랑하고 인내하는
또 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與鬱의 生生知音
새해에 필요한 건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서 있을 것인가’입니다.
산처럼 산다는 것은
아무 감정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그리움, 분노와 슬픔을
함부로 쏟아내지 않고
자기 안에서 오래 숙성시키는 일입니다.
서로를 밀어내지 말 것,
쉽게 단죄하지 말 것,
말보다 삶으로 사랑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불평보다 감사 쪽으로
마음을 먼저 기울여 볼 것.’
산이 가르쳐주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새해에는
더 높아지지 않아도 괜찮겠습니다.
다만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한 발을 내딛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 보며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게
365일을 건너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