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_김종길

by 여울




설날 아침에 _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與鬱의 生生知音


새해를 의미 있게 맞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더 이루겠다는 다짐보다

이미 주어진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미나리 싹이 봄을 꿈꾸듯,

삶은 늘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게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있었음을요.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의 국.

그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해는 이미

충분히 건너온

하루입니다.


세상이 험난하고

각박하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살 만한 곳’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이런 순간들 덕분일 것입니다.


한 살 더해진 나이만큼

더 많이 가지기보다

조금 더 선해지고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새해의 소망으로

남겨 봅니다.


매운 추위 속에서도

해는 가고

또 오고,

어린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처럼

새해는 그렇게

다시

맞을 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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