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니 보이는 것들

감사일기

by 여울


2025.09.25 감사 일기

아침부터 마음이 환했다.
명복과 은실과 나눈 이야기들이 하루의 첫 공기를 부드럽게 데워주었다. 100일 프로젝트로 시작한 감사 일기가 어느새 내 마음을 다시 벅차게 채우고 있다. 친구들의 얼굴이 자연스레 떠오르고, 그들이 나눈 감사가 나의 감사가 되어 가슴속에 머문다.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이 감정이 참 좋다. 이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둘이나 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유난히 큰 축복처럼 느껴졌다. 그 기운 속에서 나 역시 더 환해졌다. 이 아침을 함께 열어준 친구들에게 마음 깊이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이후에는 오랜 골프 모임에 함께했다. 서울대 골프 모임, 어느덧 8년째 이어온 자리다. 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그어두고 있었던 나였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마음속 찌꺼기들을 조금씩 걷어내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러자 상대도 마치 마음의 문이 함께 열리듯, 웃음과 진심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저분이 저렇게 환한 웃음을 가진 분이셨구나.’
그 깨달음이 따뜻하게 남았다. 사람은 결국 진심을 만나고 싶어 하는 존재이고, 그 진심이 닿는 순간 마음은 자연스럽게 열린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하루였다. 이런 만남을 허락해준 시간과 사람들에게 감사가 차곡차곡 쌓였다.


하루를 보내며 사진을 찍는 순간들도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물들이 마치 “나를 봐줘” 하고 속삭이는 것 같다. 그 존재감을 알아차리고 담아낼 때, 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쁨을 느낀다. 사진은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고, 자연과 세상이 내 경계 안에서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감각을 건네준다. 그 순간과 장소가 기억 속에 저장되는 일 또한 큰 선물처럼 느껴진다. 이 작고 소중한 기쁨들을 허락해준 세상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본다.


총무 역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또 다른 감사가 찾아왔다.
“수고했어요.”
“고생 많았어요.”
사람들이 건네준 이 짧은 말들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는 그저 맡은 자리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 수고를 귀하게 알아봐 주는 시선과 말이 마음을 밝힌다. 멀리서 내 이름을 불러주며 건네온 한마디가, 작은 촛불처럼 하루를 환하게 밝혔다. 누군가의 사소한 수고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듯, 나 역시 내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며 그런 빛이 되고 싶어진다. 이 따뜻한 인정과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감사 일기를 쓰며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무심히 스쳐갔을 순간들이 ‘감사’라는 이름을 얻는 순간,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들은 마음을 데우고,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기록된 감사는 생각보다 오래 간다. 힘들고 버거운 날이 오더라도, 오늘 써 내려간 이 문장들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베이스캠프가 되어줄 것이다. 이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이런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하루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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