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자리에서기도는 내 마음의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시간이다.
그곳에 쌓여 있던 찌꺼기를 마주하고 알아차릴 때, 나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더러운 옷을 벗지 않은 채 그 위에 다른 옷을 덧입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한 겹씩 벗겨내고 새로운 옷을 입듯 살아가는 시간. 슬픔은 슬픔 그대로, 기쁨은 기쁨 그대로, 괴로움은 괴로움 그대로 품은 채, 있는 모습 그대로 성령 하나님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본연의 나를 다시 볼 수 있을 때 회복은 다가온다. 기도는 마치 날마다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은 사람처럼, 나를 다시 편안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은 기도가 쉽게 이어지지 않아 말이 자꾸 엉켰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기도가 되지 않니?’
그 질문 하나로 마음이 풀리듯 열렸고,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잘해낸 기도가 아니라, 그 자리에 머물 수 있었음이 감사로 남았다.
빗방울의 평화
눈을 뜨니 창가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똑똑똑, 규칙도 없고 서두름도 없는 소리. 생명이 깃든 땅을 적시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비는,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가라앉힌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나뭇잎 끝에 매달린 빗방울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흘러내릴 듯 말 듯 맺혀 있는 작은 물방울들이 그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비 오는 날이 내게 조용한 선물을 건네준 하루였다.
오후에는 자전거를 오래 탔다. 페달을 밟으며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체력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많이 아팠던 시간 이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어도 힘이 먼저 떠올라 주저하곤 했다. 다시 아플까 두려워 몸을 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보다 돌봄을 먼저 떠올린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틈틈이 몸을 움직이고, 무엇보다 힘이 들면 내려놓을 줄 아는 법을 배웠다. 그 덕분에 아프기 전보다 오히려 더 건강해졌음을 실감한다.
자전거 타기
자전거 위에서 바라본 한강변은 가을빛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숨이 차오르지 않는 몸, 풍경을 바라볼 여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마음. 그 모든 것이 겹쳐져 깊은 감사가 되었다.
오늘은 애써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기도와 빗방울과 몸의 회복만으로 충분히 살아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