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음들이 하루를 채운 날

감사일기

by 여울

2025.09.30 감사일기


인사 먼저 나누기

조찬 자리에 앉아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인사해 주는 건 참 반갑게 느끼면서도, 정작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일에는 늘 머뭇거린다. 오늘 아침, 조찬 장소로 가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세 사람만, 내가 먼저 찾아가 인사하자.’

우리 반 테이블에 가서 인사를 나누고, 옆 테이블에 계신 분께도 말을 건넸다. 그 순간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올랐다.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며 다가가는 일이 관계의 시작임을 다시 깨닫는다. 마음의 소리를 흘려보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오늘이 고맙다.


윤 실장의 배려

조찬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김 대표님께 드릴 자료가 떠올라 급히 윤 실장에게 부탁을 했다. 자료 양이 많아 시간이 꽤 걸렸고,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옆에서 괜히 마음만 급해져 있었다. 그런데도 윤 실장은 ‘바쁠수록 긴장하지 말자’는 말을 되뇌며 내가 부탁한 일을 차분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와 화이팅을 외쳐주는 모습이 참 든든했다.

점심을 거른 채 치즈가루가 잔뜩 묻은 샌드위치를 흘리며 먹고 있는데,
“어, 대표님…”
하며 작은 쟁반에 휴지를 올려 내 무릎 위에 놓아주었다.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동무처럼 세심하게 챙겨주는 윤 실장이 곁에 있어 참 감사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힘이다.


내비게이션이 있는 세상, 참 좋다

내비게이션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조차 어렵다. 모르는 곳을 찾아가야 할 일이 많은데, 내비게이션 덕분에 어떤 길도 무섭지 않다. 알려주는 대로만 가면 되고, 예상 도착 시간을 알 수 있으니 계획도 세울 수 있다. 헷갈리기 쉬운 길목마다 미리 안내해 주는 덕분에, 차 안에서 여러 일을 함께 처리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유용하다.

사람들의 불편을 먼저 알아보고, 머리를 써서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길 위가 안전하다. 내가 원하는 곳은 이미 세상 어딘가에 있고, 다만 그것을 알고 활용하느냐, 몰라서 놓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의 편의를 만들어 준 모든 기술과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자은 언니의 꿈

조찬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자은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 내가 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도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계속 확인한다. 참 고마운 언니다.

오후에 사무실에 도착하자 언니는 내 방으로 들어와 환한 얼굴로 말했다.
“혜민아, 나 꿈이 확실해졌어. 너랑 책방할 거야.”

집에 있는 책들을 모두 가져오고, 12인용 대리석 식탁과 서재의 원목 테이블을 놓고, 빔프로젝터를 걸어 DVD를 틀고, 아끼던 CD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글쓰기 교실을 열란다. 언니는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DIY 교실을 열겠다고 한다. 책방 운영비는 멤버십으로 충당하고, 가입하지 않은 분들에겐 입장료를 받으면 된다며, 생각만 해도 너무 좋다고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 3~4층짜리 건물을 사고, 1층에 책방을 열고 위층에 살며, 나도 그중 한 층을 쓰며 함께 살자는 말까지. 그 이야기를 하는 언니의 얼굴은 소녀처럼 빛나고 있었다.

자은 언니와 나는 정서적으로 많이 닮아 있다. 어떤 말을 해도 서로 통하고, 언니가 힘든 일을 꺼내면 나는 곧바로 그 마음을 안다. 나 역시 어려움을 말하면 언니도 바로 이해해 준다. 여행의 결도 비슷해 함께 떠날 때마다 좋은 기억이 쌓인다. 요즘 언니는 아름다운 동네 책방을 다룬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헤이리와 순화동 책방은 꼭 같이 가보자며 약속했다. 두 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책방 이야기 속에서, 꿈의 크기보다 이 시간을 함께 나누는 지금이 이미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와 함께 꿈꿀 수 있음이 참 감사하다.


오늘의 감사

오늘은 작은 실천과 세심한 배려, 길을 밝혀주는 기술, 그리고 설레는 꿈 이야기까지, 여러 결의 감사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워 주었다.
그 모든 순간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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