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책에서 만난 사람의 길박노해님의 『눈물 꽃 소년』을 읽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천천히 데워졌다. 함평 출신인 그분이 여덟, 아홉 살 소년 시절을 전라도 사투리로 풀어내는데, 그 말결 속에는 흙냄새와 사람 냄새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구수한 정으로 이어지며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사람이 답이다’라고 늘 말해왔던 그분의 길처럼, 이 책 속에서도 결국 해답은 사람의 얼굴로 나타난다. 누군가의 삶과 기억을 따라 걷다 보면 나의 마음까지 환해지고, 글 한 줄 한 줄마다 살아온 시간의 온기가 깃들어 있다.
그동안 읽어온 그의 책들은 예외 없이 가슴을 울리고, 삶을 향해 조금 더 단단하게 나아가게 했다. 그의 행보와 글이 내게 위로이자 길이 되어주었음에 감사하다. 오늘은 문득, 이 책을 명복이와 은실이에게도 선물하고 싶어졌다. 따뜻한 이야기가 또 다른 가슴에 꽃처럼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일 주소를 물어 보내야겠다.
곁을 비추는 사람
윤실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한 지점장이 선물을 놓고 갔다고 한다. 절기가 오거나 어딘가를 다녀오는 길이면 잊지 않고 챙겨주는 그 마음이 늘 고맙다.
그 지점장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먼저 귀를 여는 사람이다. 민첩하고 명민할 뿐 아니라, 곁을 돌아보는 넉넉한 혜량을 지녔다.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도 옆자리까지 환히 밝히는, 해와 달 같은 사람이다.
그렇게 스스로 빛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여전히 쉽게 무너지지 않고, 함께 살아갈 만한 자리가 된다. 오늘도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있음을 감사하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빛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오늘 하루는 책과 사람,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다.
좋은 글은 마음을 일깨워주고, 좋은 사람은 곁을 밝히며,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시간은 삶을 든든하게 한다. 결국 답은 언제나 사람이고, 그 사람들과 나누는 사랑이다. 오늘을 허락해준 모든 인연과 순간에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