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가다 두번째날

두 번째 날, 우리땅 독도로

by 여울

아침 일찍 리조트에서 조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나무 사이로 비치는 일출이 눈을 붙잡았다.

매년 해를 보러 나서곤 했지만

이렇게 편안히 서서

세상의 시작을 바라본 적은 처음이었다.

검은빛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불덩이 같은 얼굴로 떠오르는 해.

그 앞에서는

‘어둠’이라는 말이 설 자리를 잃는다.

세상은 늘 이렇게,

소리 없이 다시 밝아지고 있었다.

독도로 향하기 위해 도동항으로 간다.

배는 작았고, 파도는 잔잔했다.

‘날씨가 좋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말 그대로

이날은 스무 날 만에 처음으로

입도가 허락된 날이었다.

‘밟고 싶어도

자연이 허락해야 닿을 수 있는 곳.’

그 말이

이토록 정확한 곳도 드물다.

발을 딛는 순간

공기의 밀도부터 달라진다.

‘대한민국의 끝’,

그 바위 위에 서서

나는 바람이 아니라

시간과 역사를 마주한다.

태극기가 펼쳐지고

누군가 만세를 외치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소리에 화답한다.

태극기를 들면

누구나 만세를 부르게 된다.

그것이

이 깃발이 가진 힘일 것이다.

붉고 푸른 색이

바람에 흔들릴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온 시간들이

조용히 응답한다.

독도에서 돌아와

작은 식당에 들렀다.

입구에는 오래된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햇살을 받은 잎들이 반짝이며

이곳이 어떤 마음으로 운영되는 공간인지

말없이 알려준다.

메뉴는 단출하다.

홍합밥과 참소라밥.

불필요한 것이 없다는 건

이미 충분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주인은

술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매일 미역국을 끓인다고.

“오시는 분들 모두

생일처럼 따뜻한 하루였으면 해서요.”

정성은

말보다 먼저 밥상에 올라 있었다.

그 식사에서

나는 ‘정성’이라는 단어의

본래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오후에는 관음도로 향했다.

한때는 쉽게 들어갈 수 없던 곳이었지만

연도교가 놓이면서

이제는 천천히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은빛 윤슬로 가득했고,

바위와 바다, 하늘이 겹쳐진 풍경 앞에서

시간은 잠시 멈춘 듯했다.

해안 절벽과 숲이 교차하며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걷는 동안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해국 군락지는

이곳이 왜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후박나무, 동백나무, 섬벚나무, 해송들이

섬의 가장자리를 감싸

그늘과 쉼을 내어준다.

사람의 발길이 뜸했기에

지켜질 수 있었던 생명들.

그 풍경 앞에서

인간이 자연에게 얼마나 조심스러운 존재여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서

나는 자연과 벗이 되어

오래도록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어서 봉래폭포로 향한다.

가을빛이 스며든 산책로,

공기마저 또렷하게 맑다.

바위 틈 ‘풍혈’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몸에 남은 긴장을 씻어낸다.

하루 유량이

3,000톤이 넘는다고 한다.

울릉도는 다공성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섬이라

비가 오면 물이 흘러내리지 않고

바위 틈으로 스며들어

지하에 저장된다고 했다.

섬 전체가

거대한 해면처럼

물을 머금고 있는 셈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사람의 마음을 떠올렸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수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머금고 살아가는 존재.

폭포 앞에 서자

세상의 소음이 한순간에 멀어진다.

물줄기와 단풍,

세월을 견딘 전나무들 사이에서

나는 한참을 머문다.

이 고요가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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