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가다 세번째날

세 번째 날, 바다를 건너며

by 여울

아침은 간단했다.
오징어 내장탕 한 그릇.
몸을 데우고
마음을 준비하는 식사였다.

이날은
울릉도를 떠나는 날.
배가 아니라
요트로 바다를 건넌다.

출항지는 현포항.
요트가 흔치 않은 풍경인지
주민들과 경찰관들이 함께
출항을 지켜보고 있었다.

함께 떠나는 사람은 일곱.
다섯은 돌아가고,
일곱만이 항해를 택한다.

요트를 몇 시간 타본 적은 있었지만
스물두 시간의 항해는 처음이었다.
설렘과 긴장,
두 감정이 나란히 앉아
출항을 기다린다.

이번 항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요트는 천천히 울릉도를 떠났다.
섬은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 바다 속으로
잠기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이렇게 실감한 적은 없었다.

하늘은 단정하지 않았다.
검은 구름과 흰 구름이 교차하며
수평선을 가득 채웠다.
그 변화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파도가 배 아래를 밀어내는 소리,
촤악—촤악—
그 리듬 위로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얹힌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한 척의 배.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同舟.
운명을 잠시
함께 건너는 존재들이다.

바다 위에서
삶의 항해를 떠올린다.
혼자서는 나아갈 수 없었던 순간들,
서로의 힘을 빌려
여기까지 흘러온 시간들.

돕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순간들이
오히려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해가 기울며
낙조가 시작된다.
검은빛 바다 위에
붉은 띠가 둘러앉는다.
해가 뜰 때도,
질 때도
세상은 늘 아름답다.
다만 그 순간은
언제나 짧다.

꽃잎처럼
툭,
해가 떨어진다.

나의 마지막도
저 낙조처럼
고요하고 단정하길
문득 바라본다.

밤의 바다는 더 검다.
그만큼 반달은 더 희다.
별들은
검은 하늘에 구멍을 낸 듯
쏟아진다.
눈으로는 다 담을 수 없어
마음에 남긴다.

“육지가 보입니다.”


아침 다섯 시 반,
비가 내려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검은 바다 저편에서
포항의 불빛이 반짝인다.
우리가 잘 건너왔다는
조용한 신호처럼.

스물두 시간의 항해가 끝났다.
땅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바다에 머문다.

바다는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다 품지 못하는 인생이기에
품어야 할 것을 만났을 때는
기꺼이,
소중하게 품어야 한다는 것.

그 말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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