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환기가 필요하다

by 여울

감정도 환기가 필요하다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감정도 마찬가지다.

환기가 안 되면

마음에 차곡차곡

억누르기만 해왔던

감정이 썩기 시작한다.

그러면

마치 켜켜이 쌓아놓은

퇴비에서 열이 나듯이

마음에서도

열이 생겨

‘화병’이 되고 만다.

〈당신 참 괜찮은 사람이야_양창순〉


與鬱의 生生知音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감정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오래 닫혀 있던 마음의 창 하나가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잘 살아보기 위해

참는 법부터 배워왔습니다.


견디고, 눌러두고,

아무 일 없는 얼굴로

하루를 건너는 법을요.


하지만 환기되지 않은 마음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쪽에서는

서서히 온도가 올라갑니다.


말하지 못한 서운함,

삼킨 분노,

미뤄둔 슬픔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날 ‘화병’이라는 이름으로

몸과 마음을 동시에 두드립니다.


우리는 감정을

함께 나누는 법보다

혼자서 정리하는 법에 익숙합니다.


화를 넘기고,

서운함을 접고,

슬픔을 스스로 처리하는 일에

능숙해졌지요.


그 과정에서

마음은 점점 말을 잃고,

몸이 대신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유 없이 지치고,

답답해지고,

자주 열이 오르는 것.

그건 약함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버텨왔다는

몸의 언어일지도 모릅니다.


감정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흐름의 대상입니다.


흐르지 못한 감정은

우리를 병들게 하지만,

흐른 감정은

다음 날을 살아낼 힘으로

다시 몸 안에 머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감정을 ‘잘 참는 사람’보다

감정을 ‘제때 알아차리는 사람’이

더 단단하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오늘 마음이 조금 무겁다면

그 무게를 없애려 애쓰지 말고

그 무게가 어디서 왔는지

잠시 바라봐 주려고 합니다.


감정은

알아차려지는 순간

더는 고이지 않고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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