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_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與鬱의 生生知音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삶을 ‘소풍’이라고 부르는
이 담담한 시선을
가만히 마음에 담아봅니다.
우리는 종종
이 세상을 증명해야 할 무대처럼 살아갑니다.
잘 해내야 하고,
무언가를 남겨야 하고,
끝까지 버텨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믿으면서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소풍이 아니라
시험 같고 전쟁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천상병 시인은
삶의 끝에서
무엇을 가져가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업적도, 상처도, 후회도 아닌
단 하나의 문장만을 준비합니다.
“아름다웠다.”
이 말은
모든 날이 행복했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아팠던 날도 있었고,
외로웠던 시간도 있었고,
이해받지 못해
마음이 무너진 순간도 있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와서
빛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누군가의 손을
잠시라도 잡아본 것만으로
충분했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
시 속의
‘이슬’, ‘노을’, ‘구름 손짓’은
거창한 사건이 아닙니다.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그대로 지나쳐 버리기 쉬운,
아주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순간들입니다.
그 작은 순간들과 손에 손을 잡고
하늘로 돌아가겠다는 이 마음이
삶을 대하는
가장 따뜻한 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며
조금 덜 서두르고,
조금 덜 증명하려 애쓴다면
언젠가 돌아가는 길에서
우리도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서, 아름다웠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느끼며 살았기에.
많이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알아볼 줄 알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