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소원_전이수
잘려진 두 발을 갖고 싶은 마음에
바닥에다 펜으로 발을 그리고 있는 곰……
누군가의 '최고의 소원'은
두 다리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소원을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감사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만약 내가 그렇다면……
내가 두 다리 또는 두 손, 손가락, 팔이 없다면
얼마나 절망적일까?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것은
이런데서 시작하는 것 같다.
與鬱의 生生知音
“잘려진 두 발을 갖고 싶은 마음에
바닥에다 펜으로
발을 그리고 있는 곰……”
그림 속 곰은
울지도, 호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한 손에 펜을 쥔 채
말없이 자신의 소원을 그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간절함을 과장하지 않아서,
결핍을 비극으로 만들지 않아서요.
곰의 얼굴에는
표정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무표정 속에서
나는 ‘체념’이 아니라
‘담담한 바람’을 읽습니다.
누군가의 최고의 소원은
두 발을 갖는 일.
이 그림 앞에 서면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집니다.
감사라는 말이
자칫 나의 편안함을 정당화하는 말처럼
가볍게 들릴까 봐서요.
그래서 나는 대신
‘멈춰서 바라보는 일’을
선택해 봅니다.
내가 발로 걷고,
손으로 잡고,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상들.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온 이 세계를
잠시, 천천히 들여다봅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는
이런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아픔을 상상해보는 데서가 아니라,
내가 누리고 있는
‘충분한 조건’을
처음으로 자각하는 데서 말입니다.
어린 전이수의 그림과 글이
이토록 단단한 이유는
세상을 일찍 알아서가 아니라,
삶을 함부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은
이 두 다리로 서 있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신중하게 바라보려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은 더 낮아지고,
조금은 더 깊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이 글과 그림은
제주도에 사는 소년화가
'전이수'가
10살 때 그려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