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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저녁 Jun 20. 2017

생각이 많은 사람


 '여기, 생각이 많아 피곤한 사람 손들어 보세요?'


 누군가 이렇게 물어보면 두 말 않고 손을 들어야 할 정도로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을 참 희한하게도 많이해서 내가 나에게 구술하는 형식의 겉생각과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지는 속생각이 따로 있을 정도. 겉생각은 어딘가를 걷고 돌아다닐때 주로 하고 속생각은 잠들기 전에 주로 하는데 생각할거리가 많은 날에는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걸어서 이곳은 어디인가 하는데까지 걷기도 하고 속생각이 꼬리무는 날엔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일도 드물지 않게 생긴다. 


 요즘은 특히나 겉생각과 속생각이 끊이지 않아 눈을 부릅뜨고 누운채 아침을 보는 경우가 종종인데 이런 날엔 기껏 밤을 지새며 했던 생각들이 해 뜸과 동시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남편은 수첩같은 곳에 적어두라 하는데 손글씨는 또 더럽게 못 쓰거든 내가. 쓰고도 못 알아보는 글씨라고 내 글씨가...


 주로하는 겉생각은 예전 일에 대한 기억,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한 추억, 나를 누르고 있는 억압에 대한 것들?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 내가 나에게 말하는 주제에 수많은 청자를 앞에 두고 말하는 화자가 된 것처럼 앞, 뒤 상황을 정돈해서 말하려 애쓰느라 생각을 하면서도 참 피곤해하곤 한다. 때론 생각에 몰입해 이러다 과거의 일들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후퇴하는 인간이 되는 건 아닐까하는 괜한 걱정으로 생각이 옮겨가기도 하고.


 반면, 주로 하는 속생각은 앞으로의 계획, 계획에서 예상되는 리스크, 그리고 계획이 이렇게 되면 참 좋겠다 하는 희망섞인 상상? 이 생각 역시 피곤하기는 매한가지인데 계획에 대해 하고싶은 일, 해야 할 일, 예상되는 리스크가 범벅이되어 생각나기 때문에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조급해져서 계획한 일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욕구에 휘말리기 때문. 


 아아, 생각을 덜해야 하는데...생각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있다는게 어떻게 가능한건지 모르겠다 나는. 아! 가능하기는 하다. 남의 SNS를 들여다 보거나 커뮤니티 글을 보는 때 만큼은 멍~~하게 있을 수 있지. 그런데 그렇게 멍~~하게 남의 글을 보다보면 내가 정말 멍청해지는 것 같아서 슬그머니 불안해지거든...아무래도 난 평생 피곤하게 생각하며 살 팔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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