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하나를 앞에두고 벌이는 소심한 신경전(傳)
화장실에서 만들어지는 소리가 민망할 때가 있다.
그곳을 한껏 조이고 또 조여 볼일을 봐도 변기에 또랑또랑 떨어지는 물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릴 때는 그 천둥소리를 가려보려 애처롭게 뻗은 손으로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한 껏 들어올린다.
솨아아아~ 하는 물소리가 나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조였던 힘을 풀어 시원하게 볼 일을 본다.
'아, 힘을 풀 땐 조심히. 뒤까지 풀어버리면 정신까지 풀어질 수 있으니 긴장을 낮춰선 안되지.'
모든 일을 치르고 닫힌 문을 열었을 때, 문 앞에 마주한 얼굴들에서 별다른 기운을 느끼지 못해야 볼일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런데 아뿔사, 문을 열고 마주한 얼굴들이 일제히 나를 향하고 있다.
"야, 세면대 물 틀어도 다 들려, 뭘 우리 사이에 물까지 틀고 볼 일을 보냐? 그냥 편하게 봐"
"근데 그 소리가 좀 쪽팔리기는 해"
"맞아 우리나라 집들은 방음이 문제야 문제"
볼 일을 조용하게 보지 못한 나로 인해 애꿎은 욕을 먹은 나라야 미안. 그리고 어차피 들릴 소린데 하릴없이 세면대로 흘려버린 물들도 미안...
케겔운동이라도 해볼까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는다.
"미안! 나는 큰 거야"
쿵 소리를 내며 닫힌 화장실 문을 보고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음악앱을 실행시킨다. 남아있는 얼굴들이 서로를 향해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야, 그래도 소리는 들려"
재잘재잘 다시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