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피루 칸'과 빨강 메가폰.

[잡담] 하쿠피루 칸, 번역보다 빠른 침공의 서사….

by 김학필

멈출 일…이라고는 없는 것처럼

달렸던 말들이 멈춰선다.

이히잉… 푸르둑툭툭….


관성일 수도,

또 작용 반작용일 수도 있었던 것의

농간을 최후의 최후까지 앓느라

‘그때까지’

잰걸음을 매듭지어내지 못하고 있었던

흑마 한 마리가…

용케도 그를 거스르고,

걸음을 멈춰내자….


그 대열의 중심에 있었던

하쿠피루 칸.

그가 읊조리니….


“여봐라. ‘그것’…을 가져와라.”


그 말이 매듭지어지자…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항복을 택해 살아남았고,

또 그와 함께 달리고 있었던 졸개 김학필…은

“옙!” 따위의 답변을 뱉어내고서는,

얼마동안

자신의 그 비루한 몸뚱어리를

더듬어내더니….


이내…라면 이내,

또 곧바로…라면 곧바로…

그에서 붉디붉은 메가폰을 꺼내…

하쿠피루 칸에게 바친다.


하쿠피루 칸.

그는 자신의 손에 들어선

그 붉은 빛의 플라스틱 쪼가리가

낯설다는 듯….

아니면 조금도 낯설지 않다는 듯

더듬어댄 끝에….

그에서 버튼을 찾아낸다.


그러고서는 그를 지긋이….

하지만 거침없이도 누르며

다음과 같은 말을 뱉어낸다.


“씁씁….

후후….

아아… 들리는가?

그대에게 고하노니….

아니 고하고, 또 고하노니….


애석하게도,

그대는 포위되었다.

그대는 여기까지 도망쳤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내달려서….

그대를 포위시켰고,

또 그대는 포위되었다.


알렉산드로스 같은 멍청이에게

세상의 끝이라 취급받았던 곳도,

또 콜럼버스라는 멍청이에게

신대륙이라 칭해졌던 곳도,

또 아문센…인가 뭔가 하던 노인네에게

반드시 먼저 닿아야 했던

땅이었던 곳…까지도

다 정복해낸 우리에게서…

정녕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는가?


GPS…라는 문명의 이기….

또 천태만상의 어쩌고저쩌고…에게

뒤를 잡히지 않는 곳에까지 도망친다면,

우리에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가?

그것은 오판…이고, 또 오만이다.


본 하쿠피루 칸.

그래 그러니까

칭기즈 칸의 숨은 31대 손자인

하쿠피루 칸…에게

잡히지 않는 미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감히 그려보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의 말발굽에 짓밟히고,

또 짓밟혀 벌거숭이가 된 이 땅에….

숨을 곳 같은 건 찾아질 리가 없을 테고,

도망칠 곳 역시….

있을 리가 있겠는가, 그대여?


그대는 쩐흥다오…일 리가 없고,

가미카제…의 비호랄 것을 받을 일도 없다.

아니 그렇다 해도,

또 그런 걸 받는다 해도….

그대는 도망칠 수 없다.

우리를 패퇴시킬 수도,

돌려보낼 수도 없다.


왜인지… 아는가?

우리는….

또 본 하쿠피루 칸…은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님들께도

부족한 부분… 같은 건

있었더라는 것을.


그들에게도

배양 받거나

답습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는 것을.

말하자면 그것은 오만,

또 자만,

또 교만,

또 방만….

뭐 어쩌고저쩌고….


어쨌든.

우리는 그를 잘 아니만큼,

우리는 그들에게서

오직 ‘결기’…만을 배양 받고,

답습했고,

또 이식받고… 이양받았다.


그래 우리는 편취…했다.

그것이….

내가 지금 이렇게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된 이유이자 경위.

또 우리 조상님들은

그러지 못했었던 이유이자 경위….


우습다면 우습고,

또 슬프다면 슬프지 않나?

그들은 염원을 품었지만,

애초부터 이뤄낼 수 없었던 존재들…이었다.

아니 이뤄내지 못했기에

그것이 ‘염원’이라 이름붙여지고서

우리에게 내려왔던 것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은 그랬고,

또 그랬다.

그래서 우습다면 우습고….


또 정작 그 염원이 실현되어….

이제 말을 타고

대륙의 끝에서 끝에까지 닿을 수 있게되자….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란 게….

슬프다면 슬프지 않나?


이 장엄한 환희와

눈을 맞추지 못하게 되셨다는 게… 슬프지 않나?


그게 더없이 슬퍼서….

눈물 한 방울이 흐르려는 것도 같지만….


안 된다.

아직은 안된다.

아직은 이르다.


지평선에 그대가 걸려있기 때문.

그래 너의 존재가….

우리의 염원이 실현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


그러니 마지막으로 고하노니….

아니 진정으로 고하노니….


본 하쿠피루 칸…은

여지껏 항복해온 자들은

몸에 시답잖은 생채기 하나

안겨주지 않은 채로 돌려보냈다.


아니 돌려보내지 않고….

우리의 비호 속에서

영원무궁한 안락 속에 살게끔 만들어줬다.


실제로 우리는

너무 빨리 모든 것들을

파괴하며 달린 덕분에,

번역에 도움이 될만한 모든 자료들을

가히 분쇄해버린 실정.

그리하여

아직 우리의 말을 채 번역하지 못해

항복도, 응전도 택하지 못하고 있었던

서남아시아의 친구들에게

무한한 자비와 관용을 베풀어주는 중이다.

그들의 목구멍에 남은

우리네들이 갓 짠 마유의 흔적들이

그를 증명할지니….


헌데… 헌데….

반대로 응전을 택한 이들에게는….

그 대가를 묻게 했다.

아니 단 하나의 방식으로 그를 묻게 했다.

그 하나의 방식이 무엇인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터….


그러니까….

어떤가, 그대여?

항복할텐가, 응전할 텐가?

아니아니… 항복해 관용을 받을 텐가,

아니면 응전해… 응징을 받을 텐가?


우리의 지난 나날들이,

또 이미 벌거숭이가 된 지구가

몸소 증명해주고,

또 답을 알려주기까지 하는

이 양자택일의 선택지에서….

무엇을 택할 텐가?”


스산한 바람은

학필타이….

그러니까 수부타이의 숨은 41대 손자가

탄 말의 갈기를 훑고서 흩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