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의 어떤 '버전'일까?

[칼럼] 원조와 파생, 전통과 신상 사이에서 길잃은 '잡념'

by 김학필

이미 그 언젠가부터 스테디셀러였던…

학필 콜라.


그는

자신이 왜 스테디셀러인지를 증명해주고,

또 그를 유지해내기까지 하려는 듯….

팔리고, 또 팔린다.

불티나게 팔리고, 또 팔린다.


그의 명성과 매출…은

여간해서는 함께 오르고,

또 함께 오른다.


명성이 매출을 갱신해주고,

매출이 명성을 근거해주는 선순환 속에서

그들은 함께

성장하고, 또 성장한 끝에….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첨탑을 세워내고야 만다.


하지만 그들은

그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듯…

신상을 출시해내고야 만다.


학필 콜라 바나나 맛.

학필 콜라 키위 바나나 맛.

학필 콜라 리치 키위 바나나 맛.

학필 콜라 어쩌고저쩌고 맛.


그들은 대체로 학필 콜라…와 닮고, 또 닮았다.

또 이름처럼….

리치 키위 바나나가 조화롭게도 섞인 학필 콜라를

가히 완벽에 가깝게 구현해낸다.

원작자의 이름으로든,

자본의 이름으로든 간에….


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그런 ‘파생’ 음료들…은 대체로 맛이 없다.


정확히는,

맛이야 있고,

또 조화로운 감도 분명하기야 하지만,

이질감…은 분명히 드는 것 같다.


그렇게 그들은

이질감이랄 것을 품어둔 것에 대한 죗값으로….

대체로 시장에 외면받고,

또 외면받는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그들은

각양각색의, 또 무자비한 근거들이자 죄목들로

여간해서는 죄다 퇴역당한 상태이곤 하다.


이를테면

‘저성과’.

또 애초에 그것은 학필 콜라를 향한

간접적인 홍보나….

뭉뚱그려 ‘모객’을 위해 개발된 것일 뿐이었다는

'태생적인 한계'.

또 어쩌면,

그보다도 못하게…

그저 회사의 혁신성을 과시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었더라는

'태생적인 결함'.

그런 것들을 근거로, 또 빌미로 말이다.


그것은 분명….

'파생작’이라고만 불리고 치워지기에는

억울할 만큼'은' 맛있었던 그들에게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을 만큼

불합리한 일…이지 않을까?


이쯤에서 드는 의구심.


만약 그들이

‘학필 콜라 어쩌고저쩌고 맛’이 아니라

‘학필 드링크’라는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개체였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까?


만약 학필 콜라 키위 바나나맛…이

‘학필 드링크’이자

특정 제품군의 오리지널이었고,


지금 오리지널의 자리를 꿰차둔

‘학필 콜라’가….

‘학필 드링크 콜라 맛’이라는

신상으로 출시되는 상황이라면?


아마 상황은

그냥 달라지기만 하는 것을 넘어….

아예 전복되어버렸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것은 꽤 타당…해 보이는 만큼,

그에 의거해

그를 무고한 피해자…라 불러보려 할 때면….


피어오르는 듯한 의구심….


과연 그럴까?


정녕 그가

무고하고도 처연한 피해자…이기만 할까?

또 이곳은….

신예이자 신성에게

무조건 불합리하기만 한 전장…이기만 할까?


한번 따져보자.


오리지널 학필 콜라가 내건 것들이자….

쌓은 성과…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당연히 그의 ‘맛’이라는

‘역량’이 이룩해낸 매출…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소비자가

그가 ‘맛있어서’

그를 구매함으로써

발생하는 매출…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순수한 성과 같아 보인다.

아마 실제로도 그럴지 모른다.


물론 그것만 있었더라면,

이야기는 쉬웠겠지만,

애석하게도….

당연히 그것뿐만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컨대

그가 어떤 맛을 지니고 있는지를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그저 그의 명성에 혹해 그를 구매함으로써

발생한 매출…도 있을 것이고,


또 경로의존성이 낳은

관성 구매…가 발생시킨 매출 역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역량만으로 취해낸 것에 비해서는…

살짝이라도

덜 순수해보이는 그런 매출도 말이다.


물론 그 명성이

애초에 그의 역량을 통해 세워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만큼

그 매출도

‘역량과 무관한 매출’…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일단 최소한 ‘직결되지는 않는 매출’….

정도는 되어 보이는 매출이자 성과도

분명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학필 콜라 어쩌고저쩌고 맛…이

올려낸 성과…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아무래도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으나….

일단 존재하기는 할

그의 ‘역량’으로 세워냈던

순수한 매출이자 성과…는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역시 그것만 있으면 이야기는 쉬웠겠지만,

그럴 리 없을걸?


아니 그럴 수가 없다.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에는

오리지널 학필 콜라의 명성이 낳은 매출이자….

수혜성, 또 어부지리성의 매출도

분명 포함되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가 애초에 ‘학필 콜라’라는

뒷배를 지니고 있지 않았었더라면,

그는…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아니 진열은 되었다 하더라도….

볕도 들지 않는 구석에

처박혔을 확률이 높았을 테니까.


그의 이름에

학필 콜라 네 글자가 박혀있었던 덕분에,

그는 적당한 상단,

또 적당한 중심에 들어설 수 있었고,

그것이 매출이 발생하는 데에

그 조금의 영향이라도 끼쳤을 것이

당연지사.

그 '영향'이란 게

학필 콜라를 향한 무한한 신뢰든….

또 오리지널 학필 콜라…를 향한 권태든 간에….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또 어김없이 피어오르는 듯한 의구심….


학필 콜라 어쩌고저쩌고 맛…은

명백한 아류작이고,

명백히 저능한 존재인가?


글쎄

그건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는 분명

혁신의 산물이 맞기는 하다.

아무래도 그는

'어쩌고저쩌고 맛'이든

'키위 바나나 맛'이든

오리지널 학필 콜라…는 못 품어둔 맛…이자

‘진보하지 않는다면

품을 수조차 없을 혁신적인 맛’…을

품고 있기는 하니까.

뭐 그 시대에는

그런 맛을 낼 기술이 없어서…였든….

'굳이' 그런 맛을 품을 필요가 없어서…였든 간에….


그렇다면 반대로….

이유, 또 경위야 어쨌건 간에….

그는 그렇게 명백히도

진보의 산물에 해당되는 맛…을 품고 있으니만큼

그가 더 진보했고,

또 더 유능하고,

또 가치로운 존재냐…고 묻는다면….


그 역시 글쎄….

하나 마나 한 이야기겠지만….

그는 지금 명백히 진보된 맛을 품었고,

그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생산되고,

또 더 빠르게 생산될 수 있기까지 할 테니만큼

더 유능하다고 볼 수도 있기야 하겠다지만….


그래봤자 그는….

애초에 오리지널 학필 콜라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태어날 수조차도 없었던 존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비단 학필 콜라가

신상을 개발하고,

출시하게 할 수준의 돈을 벌어줬기에

그가 태어날 수 있었다…는 식에서

그칠 게 아니라….


그 오리지널 학필 콜라가

신상을 출시해주면서까지 광고하고 싶은 음료,

또 그렇게라도 지켜내고픈 명성을

이룩해냈던 존재가 아녔었더라면

그는 정말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않을까?


하지만 또….

그러는 동시에

그들은 오리지널 학필 콜라 '때문에'

‘애초부터’ 멀고도 협소한 길을

돌고, 또 돌아가야만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맞기는 할 것이다.


오리지널 학필 콜라가

이미 오리지널 ‘콜라 맛’이라는

‘여간해서는 확실히 먹힐 맛’을 선점해줬던 덕분에,

‘어쩌고저쩌고 맛’,

또 ‘키위 바나나 맛’ 등으로

‘내몰렸던' 것이었을 부분도 분명히….


아니아니….

이쯤에서 그만.

이야기가 점점 장광설이 되어가는 것 같다.

결국 이 이야기?

아니 이야기도 되지 못할 잡념에서

건져볼 만한 것…이라면….

글쎄….


학필 콜라 어쩌고저쩌고 맛…은

그저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리지널 학필 콜라를

구태한 것으로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것….


더해 오리지널 학필 콜라…는

그저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학필 콜라 어쩌고저쩌고 맛…을

근본 없는 파생품.

또 개인의 역량이랄 것도 갖추지 못한 채 날뛰는

애송이이자 풋내기,

또 혈기만 도는 신예…로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얄궂다.

아니 얄궂다…면 얄궂은 것도 같다.


둘 다 결국 똑같이

설탕과 물이 조립되어 탄생한 산물일진대….


둘 다 결국 똑같은 설탕물일진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조립되었는지에 따라

이렇게 평가와 처우가

극명히도 달라지는 꼴을 보고 있자니….


헌데… 애석해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그럴 여유나 있을까?

우리도 마찬가지…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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