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요?

[에세이] 그 '누구나'에 못 드는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

by 김학필

20살 때 면허를 따고,

바로 장롱 행.

스물둘에 전역하고 장롱을 열어

먼지가 쌓일 대로 쌓인 면허증을

‘다시’ 꺼내 들었던 그 시기.


그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엇이었더라?


친구들의 들뜬 어투가 입혀진

“차 타고 여행이나 가자.”,

“드라이브나 한번 시켜줘.” 같은 말은

절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고….


그것‘들’은 아마….

진노한 어투가 입혀져 있었던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었지 싶다.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차든 기계든 공구든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것이 먼저다.

운전이든 작업이든 나머지 것들은

다 그다음이다.


원리를 알아야 응용이 되고,

응용이 되어야 대처가 된다.


후방카메라 등의

편의 기능이 없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할 줄 아는 것이다.


흐름을 바로바로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읽었으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라.


…….

창문 열고 손들어서 미안하다고 해라.


그것들을 뱉어냈던 존재…는

필자의 아버지였던 김정…민….


또 필자가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마자…

매주 토요일을

도로에 다시 반납하거나 헌납해

운전 강사가 되기를 자처하셨던 가장,

또 회사원… 김정민이었다.


그의 운전 강좌,

또 실습은

지겹고,

또 진부하리만치 한결같았다.


그가 차를 몰면서 이론 강좌를 하고,

그러는 동안 차가 굴러가고 굴러간 끝에

사상 생태공원이나 노포 스포원의

널찍하고도 한산한 주차장에 도착하면,

그제서야 내가 운전대를 잡고

그의 ‘통제에 따라’ 주차장을 돌고,

또 도는 식.

그것이 전부였고, 늘 그랬다.


그의 통제는

‘다음 칸에서 좌회전’ 같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일리가 있는 통제…가 아니었다.


돌아보면 대략 이런 식.


‘다음 칸에서 좌회전을 할 것이다.

더해 여기는 공간 자체가 좁지 않고,

또 차도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지금 여기서 이 각도로 출발해서

다음 칸에 도착하면

좌회전 각도가 안 나올 것이니까

우회전을 할 것은 아니지만,

오른쪽으로 살짝 차를 꺾었다가

크게 돌아야 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각도는 된다

좌회전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실제 도로는 이렇지 않고,

실제 상대 차들과 다른 차들은

이렇지 않으니…

실제 주행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실제 주행한다고 생각하고,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좌회전.

시작.’


그래 대략 이런 식.


유수의 전제조건들과 선결 조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던 통제.

그랬던 만큼 차를 몰고,

그 통제를 행하면서도

“왜?”… 혹은 “왜 그렇게까지?”라는 물음이

피어오르게끔 하던 통제.


그 때문에 집중력이 흐려졌거나

애초에 운전이 미숙했던 탓에

그것들 중 단 하나라도

‘제대로’ 행해지지 않게 된다면,

곧바로 정지명령이 떨어지곤 했다.

그것도 무려

강사의 불호령이 잔뜩 곁들여져 있었던

정지명령이 말이다.


이를테면

“분명 내가 그렇게 하라고 얘기하지 않았냐?”….


어쨌든.

그렇게 차가 멈춰서면,

아버지는 자신의 왼손을 왼 바퀴로,

또 오른손을 오른 바퀴로,

또 입을 엔진으로 만들어

허상이자 광란의 질주를 행하시곤 하셨다.


왼바퀴가 이렇게 되면 차는 이렇게 되며,

오른 바퀴가 저렇게 되면

차는 저렇게 된다…는 식의 질주.

또 그러는 동안 엔진은 과열되고,

또 과열되었을 만큼 격정적이었던 질주.


그 질주의 종착지는 언제나 두 곳뿐….

“운전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니 이대로면 도로 못 나간다.”


애초에 사고가 날 리 없는 좌회전을

‘사고 없이’ 완수해놓고,

‘불합리하게도’ 불호령을 당했던 것도 모자라….


다음 주, 또 다음 연습도

이렇게 주차장 뺑뺑이나 돌다가 끝날 것이라는

저주스럽고 비극적인 일정까지 건네받게 된

아들이자 학생은 늘 길길이 날뛰곤 했었다.


부끄럽고,

후회스럽지만,

속된 말로 참 많이 개겼다.


예컨대

‘아버지의 머릿속에 있는

도로는, 또 차는 지금 눈앞에 없다.

지금은 ‘굳이’ 그렇게 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 도로에 가게 되면

그때 그렇게 하면 되고,

또 자연히 하게 된다.

지금 여기서는 사실 충분하다고,

아버지가 방금 직접 말씀하시지 않으셨냐?‘…며

개겨대고, 또 개겨댔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아버지는

내게서 핸들을 뺏지 않으셨다.

비판의 강도를 더욱 높이시거나

운전 실력이 아닌

‘개기는 성정’에 대한 쪽으로 선회해

비판을 이어가시거나….

그도 아니라면

내게는 공염불이나 꼭 악담 같게만 들리던

“운전은 누구나 할 수 있다.”…를

다시 읊조리셨을지언정

핸들을 뺏지는 않으셨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싹수없는 학생을 위해

그다음 주 주말을 또 반납하셨고,

또 아버지의 차는

사상으로, 또 노포로 향했다.


그렇게 그에 닿은 차는

또 얼마 안 가 멈춰 섰고,

또 그 안에서는

동네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다음 주에도, 또 그다음 주에도

차는 구르고, 또 굴렀다.

구르고, 또 멈춰 섰고,

멈춰서고, 또 굴렀다.


그렇게 회사 사람들과는 달리

아버지‘만의’ 주 6일 근무제가

시행되고서부터 한 달쯤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마침내

내게 도로 주행 적격 판정…을 내려주셨고,

처음부터 조수석으로 직접 향해주셨다.


아니 정확히는,

내게 운전석을 양도해주시고는

트렁크로 향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직접 만들어두신

‘초보운전’ 팻말을 뒷창문에 붙이시고는,

조수석으로 향해주셨다.


그렇게 그날부로

평생을 베테랑 운전자의 가호를 받아

안정적이게만 달려왔던 아버지의 차는

덜컹거리고, 또 덜컹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뒤따라 붙는 운전자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가며….

또 그의 관용을 간청해가며….

또 사과할 타이밍을 알았기는커녕

사과할 겨를도 없었던 덕분에,

여간해서는 아버지가 대신 뻗어주셨던

사과의 손인사를 받아줄 것을

마찬가지로 간청해가며….


또 그러면서

나는 만나고, 또 만날 수 있었다.

사상, 또 노포의 주차장에서

아버지의 머릿속에서만 굴러가고 있었던

유수의 상대 차들과 다른 차들.

또 아버지의 말씀마따나

실제로 ‘그렇지 않았었던’ 차들과

또 그렇지 않았었던 도로들과 말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특근’이 반복되고, 또 반복될수록

나는 보다 무난하게, 또 보다 무난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아니아니…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그러고 있었다.


걸어 다녔을 때는 몰랐지만,

막상 차를 몰고 가보니

진정 무서운 곳이었던 이면도로도….


또 생각보다 주행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까딱 잘못하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는 곳이었던 고속도로도….


또 아버지의 고성도,

또 피로감 짙은 한숨도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던

사상으로의 도로도, 노포로의 도로‘까지도’

다 달릴 수 있게 되었고,

또 어느덧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뱉어내시듯…

내게 단독 운전을 한번 다녀올 것을 지시해주셨고….


얼떨결에…라면 얼떨결에….

또 어쩌면, 나로서는 몰랐었지만,

충분했다면 충분했던 시기에 닿아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홀로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갔다 오자….


아버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어째서인지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던 눈을 움직여

미소랄 것을 꽃피워내고서는,

뱉어주셨다.


“봐라. 아부지가 얘기했제?

운전…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라고?”


애초에

공염불도, 또 악담도, 또 비판도 아니었던

그 오래되었고, 또 반복되었던

그 구절을 말이다.


오래된 이야기였다.

출장도,

또 드라이브도,

또 여행도 다닐 수 있게 된

지금 이 시점에서 풀자니

참 오래되고, 또 오래된 이야기였다.


그래 분명 기억에 남아있는 것보다

어쩌면 이미 잊힌 게 더 많겠을 만큼

오래된 이야기….


그러니만큼 지금은…

그때에서 변하지 않은 걸 찾는 게

더 빠를 만큼

많은 게 변한 시점이지만….


놀랍다면 놀랍게도,

그때와 지금 사이에

딱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제목 없음.jpg

나는 아직도 아버지에게

‘도착 보고’를 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착하지 않은 필자가 착해서…도 아니고,

또 효자가 아닌 필자가 효자여서…도 아니고….


그저 지금의 나를

이렇게 있을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차원에서….


또 그 노고와 희생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차원에서….


이 이야기는

엄하게 가르쳐야 잘 알아듣는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운전이든 무엇이든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역시 아니며….


필자의 가식이나 운전실력을

과시하거나 연출하고자

부러 길게 쓴 이야기… 역시 아니고,

그럴 리도 없다.


이 이야기는

그저, 또 단지….

필자의 어제와 오늘,

또 오늘과 내일에는

늘 아버지가 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담담한 고백….


또 응석….


그뿐이고, 그게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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