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 1박 2일 여행기
1년 정도 서안에 지내고 다음주면 이곳을 떠나게 된다. 중국도 요즘 코로나로 시끄럽지만 언제 다시 올 지 몰라 급하게 서안 여행을 떠나봤다. 서안에 오면 반드시 병마용과 화산을 가봐야 한다고 해서 일단 토요일 오전 길을 나섰다.
서안은 기원전 1122년부터 기원 후 907년까지 2140년간 번영했고, 13개 왕조의 수도로 사용됐던 만큼 역사가 깊은 곳이다. 실제로 공사를 위해 땅을 파다 유물이 발견된 경우는 정말 흔하고, 그 모든 유물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진시황릉과 병마용이다. 병마용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무덤을 지키는 병사의 모형이 묻혀있던 곳으로,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처음 발견돼 현재 약 8,000구의 각기 다른 병사가 발견됐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0.04% 정도가 발견됐고, 한 구의 병사를 복원하는데 1억 원 정도, 기간은 3개월이 걸린다고 하니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그곳에서 봤던 병사는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는데, 건설 당시 팀프로젝트로 병사를 만들고 검사를 받았는데,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자리에서 팀 전체를 목을 베어 죽여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병사들은 완전 사람의 모습과 똑같고, 손금, 귓등의 모습이 다 다르고, 옷 차림, 배가 나온 정도, 키 다 제각각이다. 구경하며 좋았던 부분은 평소에는 일일 30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지만, 코로나 덕분에 우리가 갔을때는 관광객이 10명 내외밖에 없어 맘 편히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병마용을 나와 화산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코로나가 심해 화산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그대로 다시 시안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 집으로 가기는 아쉬워 급하게 괜찮아 보이는 식당, 숙소를 찾아 간 곳은 산 속에 호수를 품고있는, 한국어로 풀면 고래호수였다. 고풍스러운 숙소 분위기,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수, 내리쬐는 햇살, 거기다 맛있는 숯불구이의 냄새까지. 급하게 찾았고, 계획은 틀어졌지만 이것 또한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간단히 짐을 풀고 미리 준비 해온 숯에 불을 지펴 바로 꼬치구이를 먹었다. 한쪽에선 꼬치를 굽고, 다른 한 쪽에선 고기에 잘 어울릴만한 칵테일을 만들어 같이 먹고, 어두워지고, 조금 쌀쌀하다 느낄때엔 신라면 6개를 끓여 나눠먹고, 카드게임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얼마만에 이렇게 신나게 웃으며 떠들었는지 다시 생각해도 꿈같은 시간 이었다.
다음 날도 역시 별 계획은 없었다. 여행에 계획이 없다는 것은 J로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심지어 같이 있던 4명 모두 J였다. 계획에 굶주린 우린 어제 숙소로 오며 길가에서 봤던 테마파크로 향했다. 테마파크로 향하던 길에 팔던 찐 태국망고도 개걸스럽게 먹어치우고, 테마파크에 도착했는데, 와! 정말 좋은 곳이었다.
테마파크의 입구는 한국의 드라마 촬영장 같은 느낌의 옛 중국 느낌이 물씬 나는 곳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이어서 온갖 종류의 먹거리들이 가득했고, 끝에는 놀이공원이 있었다. 놀이공원은 솔직히 조금 어설픈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넷은 범퍼카를 두번이나 탔지만) 하지만 드라마 촬영장 같은 그 곳은 솔직히 너무 구경하기 좋았다. 이런 곳을 처음 와보기도 했고, 날씨도 좋고, 거리도 예쁘고, 그 누가 와도 마음에 들어할 것 같았다.
길거리 음식도 먹고, 놀이 공원 구경도 하고, 드디어 그곳에 도착했다. 사실 이 테마파크에 온 이유는 번지점프 때문이었다. 길 가다 번지점프 타워를 보고 뛰어보고 싶다고 한 한 분이 과연 진짜로 뛸 것인가! 를 생각하며 왔는데, 진짜로 타워에 올라갔다. 난 진짜 68m 높이의 타워에서 펜스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가까이 오지마세요"를 외치며 엉덩이를 쭉 빼고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그 분은 진짜로 안전벨트를 메고 펜스를 넘어 걸어갔다. 그렇게 끝에 섰던 그 분은 알 수 없는 욕을 하더니, 안전 요원의 손에 의해 뛰어 내려졌다. 비록 떨어지다 신발이 벗겨져 물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테마파크를 끝으로 집으로 돌아오며 여행은 마무리 됐다.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 재밌는 여행있고,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생긴 서안이자만 역시나 얼른 떠나 빨리 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