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엄마가 소포성 림프종 진단을 받고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소포성 림프종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자라는 혈액암이라 당장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림프종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다고 하는 서울성모병원의 조석구 교수님 진료를 예약했다. 원래 유명한 분이고 코로나 탓도 있어서 예약이 쉽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버지 아는 분을 통해 손쉽게 예약을 하고,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교수님은 당장 몸에 이상은 없지만, 어쨌든 얘도 '암'이니 항암치료를 추천하셨고, 우리는 그분의 의견대로 1월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1월 3일 일요일,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 친척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1월 4일 월요일, 입원을 하셨다. 같은 병실에 김해에서 올라온 40대 초반 동생분을 만나 연락처도 주고받고 친해졌다고 소녀처럼 얘기를 하신다.
1월 5일, 본격적인 치료를 하기 전 골수 검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말로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고 하시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후기들을 보면 꽤나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혼자서 마취 주사 맞고, 검사받고,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안 좋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부산에서 서울에 왔다 갔다 할 때나, 혼자 병원에 계실 때 심심할 수도 있으니, 갤럭시 태블릿을 하나 사 드리고 넷플릭스 아이디까지 가입해 드렸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다고 하신다. 병실에 TV가 없고, 다들 커튼 치고 지내다 보니 태블릿이 없었으면 얼마나 심심했겠냐며 해맑게 얘기하신다. 만약 엄마가 아프지 않았다면 이 좋은 넷플릭스를 모르고 지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신문물을 접해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그렇다.
1차에 이어 2차 치료까지 끝내고, 3차 치료를 위해 서울에 또 올라가신다. 음, 많이 걱정이 된다. 솔직히 할 수 있는 건 걱정밖에 없고, 기도밖에 없는데 그저 죄송한 마음이고, 혼자 버텨내야 하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든다. 그래도 항상 밝고 건강했던 엄마니 이것도 잘 이겨내실 거라 생각한다.
난 내가 어렸을 때도, 내가 엄마한테 소홀할 때도, 혹시나 상처 줬을 때도, 그리고 내가 아빠가 됐을 때 조차도 엄마가 언제나 내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항상 함께하던 엄마가 언제든 내 옆에서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떠나는 건 당연한데, 왜 그동안은 엄마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드니 그제야 소중한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고, 비록 떨어져 있지만 함께 이 세상에 있다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됐다.
내일도 일어나면 치료를 잘 견뎌내고 있을 엄마랑 통화를 해야겠다.
+ 혹시나 부모님이 넷플릭스를 모르신다면 얼른 가입해주세요. 프리미엄 14,500원으로 엄청난 효도가 가능합니다. 스마트티비나 기기가 없다면 갤럭시탭 A7 괜찮습니다. 영상 보는 용도면 이만한 게 없어요. (광고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