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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Jun 25. 2019

갈매기의 꿈

권영훈&최진호의 랩을 듣고 책까지 읽어버림

  얼마 전 끝난 고등 래퍼 3을 재밌게 봤었다. 고등학생들이 나와 랩 경연하는 프로그램인데 어쩌면 이렇게 잘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나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모여 랩을 하곤 했는데, 그 당시에는 기껏해야 단어 끝자리 비슷한 단어 찾아가며 라임 맞추기에 급급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직접 비트도 만들고, 곡 하나를 새로 만들어버린다. 작년에는 김하온이라는 래퍼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나와 우승을 했고, 올해는 응원했던 친구는 아니지만 최초의 여성 우승자가 배출되기도 했다.

 경연 중에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 작품을 스스로 재해석해 랩으로 만드는 순서가 있었다. 참가 지원 영상이 너무 좋아 눈여겨보고 있던 래퍼 권영훈 (Tang) 학생이 들고 나온 작품이 바로 오늘 얘기할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고 나는 것을 좋아했던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과, 나는 것은 오직 먹잇감을 위해서라고 얘기하는 갈매기들과의 이야기. 무대에서 랩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너는 왜 다른 갈매기 떼처럼 행동하는 게 그렇게 힘들단 말이냐, 존? 너는 왜 저 활공 따위를 페리칸이나 신천웅에게 맡겨 두지 못하는 거냐?"


 무리의 리더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저속 비행, 수평비행, 회전비행 등의 다양한 비행술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조나단에게 얘기한다. 멋지게 나는 일은 갈매기 따위가 할 일이 아니라고. 이렇게 멋지게 날기 위해 태어난 새는 따로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이 듣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네가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야. 너에게는 이 일을 할 만큼의 능력이 없어. 넌 할 수 없어.' 이런 얘기를 들은 조나단은 중간에 잠깐 좌절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무리를 나가고,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무리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후배들이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날 수 있도록 이끄는 멋진 리더가 된다. 리더가 된 조나단은 후배들에게 얘기한다.


 "그는 매우 단순한 것을 얘기했다. 즉, 갈매기에게 있어 나는 것은 천리라는 것, 자유는 갈매기의 본질이며, 그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의식이든 미신이든, 또 어떤 형태의 제약이든 그것을 파기하라고."


 무대에서 랩 하는 권영훈과 최진호는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한 듯 무대 위에서 조나단과 같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답게 공부나 해. 랩 하는 것은 네가 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모든 이들에게 외친다.


기억해줘 우린 아직 젊고 쩔어
빛나고 있어 바다의 그 풍경처럼
저 너머를 보려면 가장 높게 날아야지
한 마리의 갈매기가 되어 도약
항구에서부터 자유로이 Fly


Mnet 고등래퍼3


  이 노래를 듣고 감명받아 책을 찾아서 읽어 봤다. 갈매기 조나단에게 이전 갈매기 무리의 리더가 했던 말. 갈매기는 먹기 위해 난다는 얘기가 잊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도, 내가 살아가는 것이 단순히 먹기 위해서인가?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조나단이 멋있게 날기 위해 날았던 것처럼, 내가 살아가는 삶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살고 싶다. 지금의 나는 멋있게 사는 사람들을 동경만 하는 것 같다. 내 삶은, 나의 현실은 그들과 같이 살아갈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나에게 얘기한다.


 "그들도 모두 특이하고, 재능이 있고, 뛰어난 가요? 당신들과 다르지 않고, 나와도 같아요. 한 가지 다른 점은, 오직 한 가지 다른 점은, 그들은 진정한 자기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이해한 그것을 위해 이미 연습하고 있다는 것뿐이오."


 요즘 일만 하며 산다. 말 그대로 먹기 위해 살고 있는데, 다시 나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은 뒤에는 조나단과 같이 피나는 연습을 해야겠다. 고등 래퍼 3 참가자 송민재 학생이 있다. 이제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인데, 인터쥬 중 밤새 할 만큼 좋아했던 게임을 끊었다고 한다. 이유는 랩이 너무 좋아서. 게임할 시간에 가사 한 줄이라도 더 쓰고 싶어서.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만큼 충격이 컸다. 이 친구들은 벌써 진정한 자기가 무엇인지 이해했고, 그것을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 세상에는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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