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근교에 이런 곳도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베이다이허라는 지명을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베이다이허는 천진에서 250km 정도, 고속열차 까오띠에를 타고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천진에서 가는 막차가 4시 정도에 있어서, 토요일에 빨리 퇴근을 하고 열차를 탔다.
베이다이허는 1950년대 이후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공산당 지도부가 즐겨 찾으며 정치 휴양소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이곳에 모여 매년 비밀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매년 가을 개최되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의 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와 관련된 주요 의제들을 사전에 협의한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도시고, 유명한 피서지라고 하니 기대가 컸다!
베이다이허에 도착해 처음 간 곳은 비루오 타 지우바 공원 (碧螺塔酒吧公园, 이렇게 읽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 해변을 둘러서 공원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입장료 100위안 (한화 17,000원)을 내고 들어가면 안에는 조촐하게 해변이 펼쳐져 있고, 그 옆으로 길거리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져있다.
뭐랄까.... 분명 있을 건 다 있다. 해변에서의 클럽파티, 맛있는 음식, 맥주, 트랜스젠더로 보이는 이들의 공연, 예쁜 사진 포인트 등. 그런데 조금 정리가 안돼서 그런 건지, 중국 특유의 어설픈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맞으며 맥주 한잔 마시니 기분은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업무에서 벗어나 있단 것만으로도 그 느낌이 좋았다.
공원에서 나와 친구의 추천으로 한국돈 8,000원짜리 숙소를 잡고, 숙소 주변 탐방을 했다. 음... 뭐... 그 흔한 카페가 하나 없고, 시골에 있는 읍내 느낌? 조금 걷다 보니 야시장이 있었다! 바닷가 주변이다 보니 해산물도 많이 팔고, 진주 액세서리나 옷가지도 팔고, 군것질 거리도 많이 팔았다. 이것저것 주워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뭔가 글을 적으면서도 그 당시 느꼈던 나의 감정들이 느껴지는 것 같다. 별 특별할 것 없고, 딱히 재밌거나 신기한 것들이 없는 그런 느낌. 여행이라고 해도 될까 싶다...
둘째 날 아침, 숙소 근처에서 간단하게 우육면을 한 그릇 먹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참고로 이곳은 한 여름에도 평균 온도가 23도 정도밖에 안된다. 그러니 내가 갔던 5월에는 밤이 되니 너무 추웠다. 아니, 밤뿐만 아니라 다음날 낮에도 반팔티 하나만 입기에는 너무 추워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천진은 낮 온도가 40도 가까이 올라갔었는데 이상하다... 부랴부랴 겉 옷 하나 사 입고 간 곳은 근처에 있던 공원인데.. 이름이 생각 안 난다.
이 곳은 러시아와 가깝다 보니 뭔가 러시아스러운 느낌의 건물들이 많다. 실제로 거리에 있는 가게에 러시아어로 적힌 곳이 많다. 러시아에서도 이 곳으로 피서를 많이 오는구나... 생각을 했다. 왜... 후딱 구경을 하고, 마지막 행선지 해변에 있는 성당을 찾으러 떠났다.
ARANYA (阿那亚)가 뭘 얘기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리조트 단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동네 이름인지... 어쨌든 해변의 성당을 찾으려면 저 아란야로 가야 된다. 참고로, 성당 안에는 하루에 200명만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리 입장권을 끊어야 한다. 성당과 옆에 있는 도서관에 들어가는 입장료는 200위안, 한화 약 34,000원 정도 한다. 솔직히 너무 비싸다.
아란야 입구에 도착하니 삐끼 같은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말로 위에 적어놨던 입장료나 들어가는 방법들을 설명해준 건데, 물론 못 알아듣고 저 정보들은 나중에 알아낸 내용이다. 그 삐끼 아저씨가 하는 말은, 원래 입장료는 200위안인데, 100위안만 내면 들어가게 해 주겠다는 것. 대신 들어가면 성당 안에는 못 가지만 성당 밖에서 사진은 찍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너무 비싸다고, 50위안에 흥정하고, 간 곳은 단지 외부 공사를 한다고 공사용 펜스를 쳐 놨었는데, 거기 있던 쪽문으로 들어가게 해 준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몰래 그 쪽문으로 들어갔다...... 아, 중국이란.... ㅋ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싼 가격으로 들어가 단지 구경, 맛있는 점심식사까지 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데 폭우가 쏟아져 이 찝찝한 여행의 끝을 장식했고, 감기를 얻은 채 여행이 마무리됐다. 다음 글에는 중국의 좋은 점도 소개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