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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케빈 Apr 21. 2022

중국에서 한국 들어오기가 이렇게나 힘이 듭니다

 작년 10월 16일 휴가를 중국에 들어갔다가 거의 반년만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요즘 중국은 코로나가 심해서 여기저기 봉쇄, 비행기는 심심하면 결항, 있던 항공편도 없어지고 있어 중국에서 나오는 게 아주 어렵다. 말로만 듣고 남들 고생한 얘기는 웃으며 들었는데,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이야...



 예전에는 시안-인천 직항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나갈 수 있었는데, 지난 1월 시안 봉쇄 후로 외부로 나가는 항공편이 다 없어졌다. 그래서 청도, 광저우, 샤먼 등 다른 도시들을 거쳐서 나가는데, 그마저도 잡기가 힘든 상황이다. 나도 원래는 시안-광저우-인천 항공편을 예약해두고, 당일 아침 9시에 길을 나서 공항으로 가던 중 결항 소식을 듣게 됐다. 하... 여기서 첫 번째 시련이 닥쳤다.


 결항이라... 그래도 다행히 인천으로 가는 항공편이 다음날이라 오늘 안에만 광저우로 가면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 선택지는 세 개 정도. 첫 번째 고속열차를 9시간 타고 광저우 가기, 두 번째 타 지역을 한 번 더 거쳐 광저우 가기, 마지막 일주일 정도 더 있다 다음 주에 들어가기... 첫 번째는 기차로 광저우에 가면 1주일 격리를 해야 된다는 얘기가 있어서 패스, 세 번째는 말도 안 되니 패스, 다행히 위 지도처럼 항저우를 거쳐 가는 표를 발견하여 바로 티켓팅을 했다.


 근데 이 티켓 신기한 게, 내가 스카이스캐너로 본 항공권은 100만 원이 넘었는데, 중국 어플로 이 항공권을 결제하니 20만 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었다. 뭔 기준인지 모르겠는데, 혹시나 중국에서 티켓을 알아볼 때는 무조건 현지 어플을 써야 될 것 같다.


 항저우로 가며 한 가지 걱정했던 것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코로나 검사를 하는데 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걱정했는데, 다행히 검사만 하고 바로 환승할 수 있었다. 다만 짐을 찾고, 다시 체크인을 해야 되는 만큼 조금은 서둘러서 움직였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걱정했던 것보다는 빠르게 환승 후 광저우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무사히 광저우까지 도착했다. 원래는 혹시 모르니 공항에서 노숙하려고 했는데, 공항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48시간 내 코로나 검사 결과만 있으면 나갔다 들어오는 게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여러 직원에게 물어보고 결국...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해버렸다. 사람 욕심이 무서운 게, 처음에는 광저우만 제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가면 무조건 공항에서 하룻밤 보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가니 호텔에서 편하게 자고 싶어졌다. 모르겠다. 너무 습해서 정신을 잠깐 놨던 건지, 결국 공항 바로 앞에 있는 호텔로 향해버렸다.


 중국은 각 지역별로 건강 QR코드가 있다. 어딜 가든 그 코드를 보여주는데, 녹색은 정상상태, 주황색은 1주일간 격리를 하며 3~4번의 코로나 검사를 해야 탈출할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각 지역별 호환이 안된다. 기분 좋게 호텔에 도착해 QR코드를 신청해 발급받으니 주황색이 딱! 호텔 출입 불가... 안 되겠다 싶어 공항에 들어가려 하니 공항에서도 주황색은 출입 불가... 순식간에 길거리에 버려지게 됐다... 이때 진짜 눈물이 글썽였던 것 같다.


 사유를 알아보니 광저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실시한 코로나 검사의 결과가 안 나와 아직 코드가 주황색이라고 한다. 음성 결과만 나오면 색깔이 바뀔 거라고 하는데, 문제는 공항 검사는 결과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려 잘못하면 아침 9시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새벽 1시에 광저우 시내에 있는 검사 장소까지 택시 타고 이동, 갔더니 주황색 코드 가진 사람은 별도 장소로 가야 된다고 또 이동, 뭔 날인지 이동하는 중에 택시 기사는 남의 차를 박고 난리........


 울기 직전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일단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까 있던 T1 직원은 불친절한 것 같기도 하고, 가야 되는 곳이 T2라 일단 그곳으로 가서 다시 비벼보기로 했다. 다행히 그곳에 있던 직원이 너무나 친절해 광저우 방역센터에 문의해 시안에서 받은 핵산 검사 결과를 등록해 코드를 녹색으로 바꿔주는걸 온라인으로 신청했고, 결과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된다고 해 밖에서 캐리어 껴안고 1시간 노숙.... 끝 새벽 3시에 다시 공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항에 들어가서는 진짜 얌전하게 구석에 처박혀서 자는 둥 마는 둥 날을 새우고, 아침 9시 반 비행기를 타고 다행히 무사히 한국으로 들어왔다. 하루가 너무 길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기다리고 있을 와이프와 세아를 보기 위해 3시간 KTX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


 망할 놈의 중국.... 봉쇄 정책 풀리기 전에는 절대로 다시 안 들어간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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