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휴직 이야기 (Intro)
딸아이 두 돌 며칠 전 첫 해외 근무를 시작해 어느덧 여덟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다. 한 번 해외로 가면 보통 3개월 근무 후 휴가로 10일 정도, 가끔 3주 정도 같이 보내기도 했지만 이 생활도 이젠 조금 지치는 기분이 든다. 와이프와 아이도 떨어져 지내는 삶에 힘들어하고, 내 몸도 힘들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마지막 출장이 우리에게 타격이 컸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중국 입국이 상당히 어렵다. 한국에서 받아야 될 검사도 아주 많고, 들어가면 기본 2주는 완전 격리, 또 2주는 회사와 호텔만 이동이 가능한 부분 격리, 만약 큰 회사의 초대장이 없으면 추가 2주도 완전 격리를 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번 들어가면 휴가 나오기가 어렵다. 마지막 출장도 그랬다. 6개월 이상 출장을 나가있다 보니 우리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됐고, 이로 인해 육아 휴직을 결정하게 됐다.
요즘 아빠의 육아 휴직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 부서에서는 여태 쓴 사람이 없다. 그래서 부서장님께 어렵게 얘기를 꺼냈지만 생각보다 쉽게 의견을 받아들여주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는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만 마무리되면 다음 프로젝트로 배치되기 전 시간이 조금 생겨 그때 쉬기로 했다. 처음에는 6개월 정도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여러모로 어려워 결국 3.5개월 정도를 쉬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출장을 끝내고 회사로 출근해 휴직 신청서를 작성했다. 부서장님, 팀장님 결재를 받아 인사팀에 서류를 제출하니 드디어 실감이 났다. 2013년에 입사를 해 9년을 일했다. 중간에 회사도 한 번 바꾸고, 집도 새로 사고, 아이도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이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낸다고 수고한 와이프와 나에게 조금의 휴식을 주려고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길게 사용하며 최대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이 매거진에는 이 기간 동안의 여러 기록을 남겨 놓으려 한다. 그동안 몰랐던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적고 싶고, 아이가 어떻게 커 가는지, 우리가 잃었던 것들을 어떻게 회복해 가는지 같은 것들을 적고 싶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 육아 휴직을 고민한다면 그분들에게 용기를 드려 얼마나 좋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