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심리적 불안감에서 오는 바쁨
내가 생각하는 '바쁘다'는 두 종류가 있다. 스스로가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에 바쁜 것과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기에 무리가 있어서 바쁜 것.
후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마감 기한이 되어 끝나면 없어지는 단기적인 성향을 띄지만, 전자의 경우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기보다는 심리적인 불안함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땐, 스스로를 바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여유의 공간을 남겨두지 않는다. 자신이 바쁘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좀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할 여유나 여유가 실제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개인 사업을 했던 시절, 아침부터 밤늦도록 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온전히 내 꿈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기 때문에 평일이고, 주말이고 나눌 새가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에 다른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부족했고, 겨우 시간을 내서 만나면 여유로운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취향을 설계 하는 곳, 츠타야> 책 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바쁘다(忙)는 한자는 마음(心)을 잃고(忘) 있다.라고 쓴다.
남을 생각할 여유나 마음이 없어지는 것을 '바쁘다'라고 한다고.
한 적 없는 일을 열심히 무리해서 하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놀고 있는 것처럼 보여
무심코 심통이 나서 말투가 거칠어진다.
여유가 없는 내 상황이 억울하고, 그에 비해 여유로운 그들이 부러우면서도 심통이 났다. 그렇게 점점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마음을 잃었으며 주변의 아무도 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자신이 내게 더 이상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서서히 멀어졌다.
날 한없이 바쁘게 했던 사업이 끝이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때의 나는 마치 놀이터의 '뺑뺑이'를 탄 것과 같았다고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너무나 빨리 돌아갔기에 주변 사물은 모두 흐릿하게만 보였다.
누군가가 다가오거나 멀어지는 것조차 감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멈췄을 때야만 비로소 자기 주변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걸.
오늘 하루 바빴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심리적 불안감에 정말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조차도 희미한 구름 낀 바쁜 일상 속에서
그런 나를 비춰줄 햇살 같은 그 사람의 '마음'은 못 보고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