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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Nov 08. 2017

#5. Firenze, Italy

붉은 지붕의 도시, 피렌체.

 날이 맑았다. 지난밤의 흐린 마음은 다행히 오래가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잡은 숙소는 피렌체 안에서도 가장 중심부에 있었다. 호스트가 매우 친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피렌체는 특정한 장소를 가지 않아도 충분히 이국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에 투어의 개념보다는 휴식의 개념으로 머물렀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바라 본 전경.

 오픈 시간에 맞춰 서둘러 갔으나 입장 줄이 매우 길었던 우피치 미술관. 비슷한 작가와 작품으로 기시감이 드는 유럽 미술관이지만 시선을 조금 바꿔보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미술관 창 밖으로 보이는 각 도시들의 풍경은 유일무이할 뿐만 아니라 볼 때마다 드는 느낌도 다르다.


 두오모 큐폴라, 조토의 종탑,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산 조반니 세례당 등을 48시간 동안 각 한 번씩 갈 수 있는 두오모 통합권을 구매했다. 첫 번째로 올랐던 조토의 종탑에서 바라 본 큐폴라. 바로 저곳이다. 아오이와 준세이가 만남을 약속한 곳. 그들과 동갑의 나이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른 곳. 그 사실만으로 이번 생의 소원은 모두 이룬 것 같이 벅찼다. 다툼도 있고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둥근 돔 모양의 지붕처럼 서로 마모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붉은 지붕의 도시. 가지런히 정렬된 건물과 길. 도드라지게 높은 건물이 없어서인지 고요함이 느껴지는 마을 풍경이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왔지만 표정이 무척 쓸쓸하다. 종탑은 한 군데만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굳이 다 둘러본다면 녹초가 되어 억지 미소를 남발하게 될 테니. 여행 초반이라 가능했던 무모한 걸음 덕에, 이후로 웬만한 종탑은 시시하게 오르내렸다.

 세례당에 있던 마리아상이다. 유럽의 성당은 고압적이지 않지만 들어서는 순간 늘 경건한 마음이 든다. 무채색의 석상이 온화할 수 있음에 늘 경이롭다.







 2016. 7. 22. FRI

 벌써 1년이 지난 일이다. 엊그제 다녀온 것처럼 선명하던 기억들이지만 그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우리 사이에는 또 다른 기억들이 쌓였고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쌓아갈 것이다. 유럽 여행을 곱씹으며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곳이 피렌체이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함께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낯선 곳에서 익숙한 일상을 보냈다. 그와 나 사이의 간격과 차이를 처음으로 경험했고 금세 화해하며 그것들을 줄여나갔다. 소원하고 기대한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마음 한편이 쓰라렸던 피렌체. 그래서 더 애틋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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