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로 향하는 길.
'냉정과 열정사이'를 책으로 읽거나 영화로 본 사람들은 막연하게 피렌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그런 환상을 안고 살았다. 피렌체는 낭만의 도시로, 일생을 살며 꼭 가야 하는 목적지가 되었고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벅찬 일이었다.
손에 들고 다니는 핸디 선풍기를 들고 갔었는데 유럽에서는 꽤나 신박한 물건이었는지 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 꼬마친구도 내내 우리의 선풍기를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눈빛이 너무 깊고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배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에 마지막으로 들렀다.
이걸 먹기 위해서였다. TO GO 박스에 담아주는 투박한 파스타. 직원들이 매우 유쾌하다. 한국말도 잘하고. ' 여기서 먹지 마세요'라고 적혀있어서 괜히 심술부리듯 찍어보았다. (물론 여기서 먹지 않았다.)
되게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탈리아 음식은 전체적으로 그러했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 계단에 앉아 먹는 파스타란. 이탈리아니까 가능한 맛이 아닐까.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신이났다. 드디어 피렌체라니. 그것도 그와 함께라니. 피렌체에 당도해서 우리는 예약해둔 에어비앤비 숙소로 바로 갔다. 사진을 찍을 틈도 없이 분주하고 덥고 빠듯한 일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예민해진 나와 그는 별 일도 아닌 일로 첫 다툼(?)을 하고 말았다.
티본스테이크로 유명한 레스토랑 ZaZa가 숙소 근처에 있어서 저녁은 여기서 해결했다.
와인과 맥주. 함께 나누는 대화. 분위기도 좋았다. 처음에는. 티본스테이크와 칼조네는 양이 너무 많았다. 칼조네는 거의 입을 대지 않고 숙소로 가져와서 며칠을 더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체증으로 남은채, 피렌체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2016. 07. 21
우리는 10개월 정도 장거리 연애를 하고 여행을 떠났다. 나보다 45일이나 먼저 여행을 했던 그와 나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겼었는데 여행을 하면서 그 틈을 메꾸기 위해 서로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를 만난 지 사흘째 되는 날. 피렌체라는 낭만의 도시에서 그 틈이 수면 위로 올랐다. 서툴렀던 대화 속에 많은 침묵이 있었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