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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Sep 23. 2016

#3. Venice, Italy

형형색색, 무라노·부라노 섬.

 베니스에서 둘째 날, 본 섬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무라노 섬과 부라노 섬에 다녀왔다. 


 기차역 앞에 있는 노선을 이용해 무라노 섬으로 들어간 다음 12번 배를 타고 부라노 섬까지 다녀온 후에 베니스 본 섬으로 바로 들어오는 일정. 이동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줄 서는데만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날씨가 맑아도 너무 맑은 탓에 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꽤 곤혹스러웠다. 무라노 섬 Murano 은 유리공예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유리 공방도 많고 공예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다. 여행 초기라서 유리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해서 눈으로만 보고 올 수밖에 없었다.  


 수상버스가 대중교통, 곤돌라가 모범택시라면 저렇게 작은 배들은 개인 자가용으로 볼 수 있겠다. 수많은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지만 배만큼 간편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이동수단은 없는 것 같다. 


 점심은 무라노 섬에 있는 Ostel al duomo에서 먹었다. 메뉴 세 개 주문은 역시 무리였다. 피자는 1인 1판이 보편적이지만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아서 나눠달라고 했더니 저렇게 반을 잘라서 주더라는. 화덕에 구운 씬피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쫄깃하고 맛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특급 라자냐를 맛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언제나 실패였다. 봉골레 파스타도 무난한 정도였다. 


 골목골목이 예뻤던 부라노 섬. 아이유가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곳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셀카를 찍어대는 한국인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원색의 벽들이 즐비한 길은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도 집에 색을 입혀 문화마을로 불리는 곳이 많지만 부라노 섬은 물이 배경이라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매우 덥고, 많은 사람들로 다소 산만했지만 섬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특색은 매우 강렬했다.


 이웃 간에 색 배열을 두고 의견이라도 나누는 걸까. 저마다 도드라지는 색을 하고도 잘 어울린다. 문고리의 그림자는 묘하게 하트를 형상화하고 있어 로맨틱하기까지.


 벽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이 부라노 섬의 인증샷 같은 것이라 따라 했는데 찍고 나니 모두 커튼 앞에서 찍은 것들 뿐이었다. 커튼이 나올 때마다 거기 서 봐. 하며 셔터를 눌러대던 그가 떠오른다. 커튼샷이 아니라 벽샷이라구.


 석양이 질 무렵 우리는 본 섬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이 걷고 많이 웃었다.


 저녁은 숙소 직원이 추천해 준 현지 식당. Upupa. 식전 빵이 맛있어서 굉장히 기대했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스테이크도 좋았으나 주문한 파스타가 나오지 않았다. 새우가 들어간 Chef suggetion 파스타였는데 콩이 들어간 파스타가 나왔다. 면도 퍼지고 아무튼 입에도 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2016. 7. 20

 여행 초반이라 그런지 뭐든지 분주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는 일상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눈에 넣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일정은 빠듯하고 몸도 피곤했지만 늘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매 순간이 빠르게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여행 초반의 긴장감과 설렘이 어우러져서 도시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 주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베니스는 물가도 비싸고 관광객도 많고 맛있는 음식도 없는 곳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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