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필요할 때 듣기 좋은 음악.
쉬어가는 시간.
울적하거나 이유 없이 감정적일 때, 초콜릿 한 개가 특효약이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본다면 '류석원'의 음악은 초콜릿만큼 달달하면서 평정심을 갖게 해준다. 한창 인디음악을 좋아하게 된 시기와 맞물려, 그의 음악을 몰아서 들었는데 거의 모든 곡이 명곡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한국의 '제이슨 므라즈'라며 호평을 받으며 등장했지만 아직도 그의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멜로디와 만나야 돋보이는 지를 정확히 아는 뮤지션이라 생각한다. 주류 음악과 비주류 음악을 나뉘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쉬운 예를 들기 위해 표현하자면. 그의 음악은 주류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콜릿보다 달달하기도 하고, 낙엽처럼 쓸쓸하기도 한 그의 음악을 제주도 여행 내내 들었다.
'스탠딩에그'의 객원보컬로 이름을 알린 그. "사랑한다는 말"이나 "Kiss"는 정말 촉촉한 음악이다. 그의 목소리가 지닌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곡들. 그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풋풋한 이십 대 초반의 그가 수줍게 노래를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 영상을 보며 기타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클로버(clov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낸 첫 번째 싱글. '어느 파도'와 '붉은 달(feat. 소히)',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우쿨렐레 소리와 파도소리가 함께 어울려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곡이다. 이제 갓 사랑을 시작하는 풋사랑의 느낌이 내게도 전달되어 간질간질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CD를 구매했다. 4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전곡이 명곡이다. 특유의 달달한 가사와 부드러운 목소리, 기타 선율을 따라 이어지는 멜로디는 지금 당장 사랑에 빠져야 할 것 같은 주문처럼 들린다. '사랑해줘' 같은 곡은 프러포즈 곡으로도 좋을 것 같다. 늘 달달한 노래만은 하지 않는 듯 '29'에서는 애절한 감수성도 보여준다. 이 앨범은 앞으로도 즐겨 듣는 음반에 속할 것 같다.
이 사람 정말 사랑꾼 아냐? 하는 기분 좋은 의심을 품었던 곡.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가장 류석원스럽다고 생각한다. 경쾌한 짝사랑을 그려내기는 쉽지 않으니까.
'안나'는 가장 최근에 발표한 싱글이다. 여전히 짝사랑 전문인 그의 목소리가 한층 짙어졌다. 조곤조곤 말하듯 내뱉는 가사에 특유의 리듬을 담아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여행을 다니면서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 이동 시간에 음악을 듣는 것이다. 그것도 한 가수의 음악만. 유럽여행에서는 '넬'의 음악만 주야장천 들었고 일본 여행에서는 '김광석'의 음악만 들었다. 아마도 그곳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음악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어릴 적 우연히, 여행했던 곳에서 들었던 음악을 돌아와서 듣게 되었는데 그때의 감정과 풍경이 떠올라 하루 종일 그 음악을 찾아 들었다. 그래서 생긴 습관이자 여행의 여운을 두 배로 늘리는 방법. '류석원'의 음악은 제주도를 기억하는 법이기도 하고 여행으로 위로받던 그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