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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Sep 23. 2015

유럽은 멀지 않아요.

로마에서의 3일 -자유여행-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는 두려움이 많았다. 아시아는 많이 돌아봤지만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 세상으로 가는 길은 어렵기만 했다. 유년시절을 동남아에서 보냈고, 여행을 가도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유럽여행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연히 기회는 찾아온다. 졸업을 1년 앞두고,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배낭여행에 지원했다. 그리고 나와, 다섯 살 어린 나의 동기는 남유럽을 자유여행으로 떠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첫날은 바티칸시국과 스페인 계단, 판테온, 베네치아 광장을 둘러보았다. 모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루를 잡고  돌아볼 수 있다. 날씨가 조금 흐렸는데 한 겨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따뜻했다. 당연히 추울 거라고 생각하고 어그부츠에 아웃도어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남유럽은 한 겨울에도 20도 안팎의 기온을 유지한다. 그래서 유럽여행을 겨울에 추천하는 지도 모르겠다. 여름에는 40도까지 올라간다니 생각만 해도 정수리가 뜨거워진다. 짧은 설명을 붙이자면, 바티칸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출산율 0%의 신의 사람들이 사는 곳. 안개가 자욱한 덕에 경건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내뿜는다. 성 베드로 성당 안에는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었더라면 더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후다닥 '천장도'만 보고 나왔던 기억이, '스페인 계단' 앞에서 젤라토를 입에 물고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도 했고 '판테온'에서는 이곳의 기운을 받아 작가가 되자고 오그라드는 다짐도 했다.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 던지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콜로세움'은 로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콜레세오역에서 내리면 '포로로마노'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한다. '진실의 입'도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다. 늦게 출발해서 '콜로세움'은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개선문' 옆에 웅장한 건물이 '콜로세움'. 사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본 것 중에 가장 훌륭했던 것은 '포로로마노'였다. 로마의 시작이라 불리는 곳인데 안에서 보면 큰 감흥은 없다. 유적의 흔적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포로로마노'를 제대로 느끼려면 조금 더 걸어야 한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헤매던 중 발견한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본 '포로로마노'는 말 그대로 유적이었다. 혼이 담긴 유적. 건물들 사이에 장엄한 자태로 오랜 세월을 버틴 유적은 낡고 색이 바랬지만 그 위엄만큼은 잃지 않았다. 모형처럼 세워진 수많은 건물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로마인을 지켜주는 자태였다. 

  먹거리도 잊을 수 없다. 피자와 스파게티의 나라가 아닌가. 우리는 고급 레스토랑 보다는 자유여행의 취지에 맞게 거리 음식을 즐겼다. 허름한 가게의 피자는 정말 소름 끼치게 맛있었고 양도 많았다. 파니니처럼 생긴 샌드위치의 채소와 치즈는 신선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는 거리 음식들은 열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스파게티 실패. 뷔페 같은 곳이었는데 현지인들이 많아 맛집일 줄 알고 들어갔다. 3종류의 음식을 9유로에 판매했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식전과 후가 거의 다르지 않은 접시. 이것만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식도락 여행.






  역사적, 종교적 의미가 깊은 곳이 많다. 걷다 보면 유적지나 성당이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고 어느 하나 허투루 볼 곳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골목들이었다. 높은 건물 사이에 비좁은 골목은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과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사랑이 넘치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말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자연스러워서 경계심 없는 미소가 자꾸만 새어나왔다. 유럽 여행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도시는 짧게 머무른 '로마'였다. 염세주의자도 녹여버리는 매력적인 도시. 달달한 젤라토보다 더 달콤한 도시. 발걸음을 내딛는 곳이 모두 명소가 되는 그곳. 로마. (Rome)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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