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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Sep 24. 2015

유럽은 멀지 않아요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자유여행-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 축제 등으로 활기찬 도시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나에게는 '가우디'의 건축물이 더 와 닿았다. 도시 곳곳에 남겨진 그의 흔적은 어느새 도시를 특별하게 해주는 명물이 되었다. 건축 양식이 주변 건물과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단연 최고. 길을 걷다가 이 건물 신기하다 싶으면 전부 그의 작품이었으니까.

 '구엘 저택'에 가기 전에 으리으리한 건물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우체국이었다. 오래된 석조건물이라 성당이나 저택인 줄 알았는데 공공기관이라 놀랐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저택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빛으로 어렴풋하게나마 화려한 내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건물들이 밀집된 시내 한복판에다, 길도 미로처럼 복잡해서 단번에 찾아가기 힘들었다. 우린 아날로그식 여행을 표방했기 때문에 지도 한 장 들고 골목을 얼마나 돌고 돌았는 지 모른다.

'가우디'의 진 면모는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에서 볼 수 있다. 그 웅장함과 경이로움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숙소에서 5분 거리였는데 크기가 수 십 층의 호텔보다 거대했다.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티켓 창구 앞의 늘어진 줄은 줄어들 줄 모르고, 1시간 정도 기다렸다 들어 갈 수 있었다. 미완공된 꼭대기 부분은 2035년에 완공된다고 하나 계속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성당의 크기가 크다고 투박하거나 거칠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새겨 넣은 조각상은 소름 끼치게 섬세하다. 석조 건물은 목조 건물처럼 제작과 변형이 쉬운 것이 아닐 텐데 마치 거인이 조각을 해놓은 듯 유려한 곡선미와 조밀함을 자랑하고 있다. '구엘 공원'으로 가기 전에 볼 수 있는 까사 밀라(Casa Mila). 가우디 특유의 건축미학이 그대로 표현된 맨션이다. 그리고 도착한 '구엘 공원'. 꼭대기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말 명당이군.

  한참을 걷다 멈춰 서서 바라 본 건너편의 골목은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같았다. 깊은 골목 어딘가에 신들이 숨어있을 것 같은 묘한 분위기. 관광명소만  찾아다니다 보면 그 도시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힘들어도 많이 걸었다. 걷다가 멈추면 그곳이 명소였고 맛집이었다. 디지털을 내려놓으며 비로소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라 보케리아', '산호세 시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항구 근처에 위치해 싱싱한 해산물과 각종 식료품을 한 곳에 모아둔 곳이다. 물품 진열 방식이 매우 독특하면서 잘 정돈되어 있어 놀라웠다. 싱싱한 해산물이나 과일은 그 자리에서 직접 요리를 해주기도 해서 바로 먹어 볼 수 있다. 그램수로 파는 수제 초콜릿이나 사탕은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정말 맛있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물건들이 혼재한 이곳이야말로 '외국'느낌 물씬 나는 곳. 그들의 삶을 알려면 시장에 먼저 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바르셀로나에 간다면 반드시 들려야 할 곳. 물론, 워낙 관광특구라 가격도 비싸고 사람도 너무 많지만. 나중에 알게 된 스페인 친구의 말에 의하면 바르셀로나 자체가 현지인들은 잘 가지 않는 도시라고. 물가도 너무 높고 관광객들도 많아서. 내가 부산에 살면서 해운대를 자주 찾지 않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라 보면 된다.

  '구엘 저택'을 찾다 지쳐서 당보충을 위해 사먹은 케이크. 골목의 작은 상점이었는데 그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우주에서 가장 달콤한 초코케이크였다. 스페인 전통 음식 '빠에야'도 반드시 먹어봐야 할 것. 숙소에 들어갈 때마다 와인을 의무적으로 사곤 했다. 저렴하고 맛있으니 원 없이 마셔보자는 심상으로. 스페인어는 전혀 몰랐으니 가끔은 샴페인을 고르기도 했고 도수가 엄청난 것들도 있었다. 외국은 거의 알코올 도수를 고시하지 않는 것 같다.

 바르셀로나의 항구 '포트벨', 콜럼버스가 삿대질을 하며 높이 서 계신다. 고요한 항구. 내가 생각한 항구는 거대한 선박이나 크루즈가 가득한 곳이었는데 이곳은 작은 배나 요트가 많다. 바다보다는 넓은 강 같은 느낌. 아늑해서 아름다운 바다. 단점은, 갈매기가 매우 거대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여행하는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어느새 또 상투적인 여행기처럼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 근데 바르셀로나는 약간 그런 기분으로 여행해야 맞는 것 같다. 이방인들이 현지인보다 많은 이 도시를 어찌 산책용으로 보내겠는가. 활기가 넘치는 곳이지만 가우디의 작품이 도시의 무게를 더해줘서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로마에서 너무 서정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다면 이곳에서부터는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다리가 퉁퉁 부어도 와인 한 병 나눠 먹으며 원기를 보충했다. 다음으로 가는 곳은 바르셀로나보다 정적인 기운이 많은 곳. 마드리드. 바르셀로나(Barcelona)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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