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서 눈물이 날 수도 있구나.
네르하로 떠나기 전에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궁전이지만 웅장하거나 화려한 모습이 아닌 소박하고 담백한 모습이었다. 잘 가꿔진 정원이나 수목원의 모습에 가까웠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방영되기 전인데 주인공이 박신혜였군. 하하.
이날의 점심은 '맛없는 점심'이라고 메모가 되어 있었다. 유럽 여행을 가서 실패했던 음식들은 대부분 이런 류의 음식이었다. 스테이크라고 하기에는 얇은 고기, 두껍고 퍽퍽한 감자튀김, 신선하지 않아 눅눅한 채소들이 어우러진 한 접시.
우리는 서둘러 프리힐리하나로 발길을 돌렸다. 하얀 마을이라는 명칭답게 하얀색 건물들이 즐비해 지중해를 연상케 했다.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경관을 전혀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들을 보며 감탄했다.
어떤 필터를 쓰지 않아도 그냥 아름답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도와 색감. 마을 자체가 그림 같았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우리의 목적지 네르하. 유럽의 발코니는 원래 선박을 감시하고 밀수꾼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 서면, 유독 에메랄드 빛을 내뿜는 바다와 해안가 마을이 한눈에 들어와서 경치 맛집이 될 수밖에 없구나를 느끼고 만다.
나보다 먼저 이곳에 왔던 친구의 사진첩에서 발견한 맛집. 지금까지도 손에 꼽는 최고의 레스토랑. 고수를 먹지 못하는데 고수가 들어가 요리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곳이다. 네르하에 가서 이곳을 가지 못했다면 네르하의 반만 경험하고 온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훌륭한 요리야 말해 뭐하겠냐마는 분위기 또한 압권이다. 정말 분위기에 취해, 음식에 취해 황홀했다. 유럽을 다시 갈 기회가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여기는 꼭 다시 신랑과 가고 싶다.
2016.08.06. SAT
행복해서 눈물이 날 수도 있구나.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유럽의 발코니에 서서 야경을 바라보았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보기도 했다. 그와 나는 별 말을 하지 않고 이따금씩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손을 잡고 걸었다. 숙소에 다다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분명히 웃고 있는데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그런 나를 웃게 해 주려 계속 장난과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정말 행복한 순간에는 이렇게 눈물이 나는구나. 감동적이란 말이 이런 순간을 표현하는 것이구나. 그를 사랑한 뒤로 나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들을 다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마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