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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Dec 24. 2021

#21. Ronda, Spain.

모든 길이 여행의 일부.

  론다로 가는 길은 자동차로 달리기 너무 좋은 길이었다. 해안을 따라 달리다 보면 유럽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배경처럼 어우러진 바다는 아름답다는 말 정도로 표현될 수 없는 모습이었다. 

Sabor a Fuego. 

  말라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갈빗살과 서로인 석쇠구이. 바비큐 그릴 같은 곳에서 구워서 바로 서빙해준다. 보면서 먹을 수 있어서 볼거리도 있고 고기 굽는 냄새를 바로 맡으니 시장이 반찬이었다. 유럽에서 손꼽을 수 있는 맛집이었다. 샐러드도 신선하고 뭔가 와일드하면서 신선한 느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론다로 가는 길. 히브랄파로 성벽에 들러서 말라가 시내를 눈에 담고 간다. 말라가는 다시 유럽에 가면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가는 길에 잠시 머물기에는 예쁘고 궁금한 곳이 많다. 8월의 스페인 남부는 뒷목이 따가울 정도로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었지만 그만큼 풍경을 모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Tropicana Ronda.

  늦은 오후에나 도착한 숙소는 누에보 다리 바로 앞이었다. 체크인이 조금 늦었던 탓에 누에보 다리를 룸 안에서는 볼 수 없었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선택한 숙소인데 아무것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우리는 다시금 밀려오는 허기를 채워 줄 곳을 찾았다. 누에보 다리를 기준으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나뉜다. 주변 산책을 하면서 맛있는 냄새를 좇아 들어 간 '트로피카나' 분위기가 펍 같다. 직원들이 모두 파이팅이 넘친다. 친절하고 나이스한 직원들이 추천해 준 음식은 모두 성공이었다. 스페인은 문어요리가 유명하지만 해산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와 그는 철저히 육류 중심의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이곳에서는 문어 요리를 도전해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 그 도시의 유명한 음식은 다 이유가 있는 법!

  누에보 다리의 야경. 사진에 담기지 않아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아찔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견고하고 든든했다. 낮의 더위는 사라지고 싸늘한 바람이 협곡 아래서부터 올라왔다. 헤밍웨이가 연인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소였다는 말처럼 론다는 연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낭만을 안겨주는 도시였다. 불안하고 서늘한 협곡과 다리 위에서 반짝이는 작은 마을이 주는 포근함과 새로움. 어떤 수식어나 서사가 없어도, 존재만으로 로맨틱 감성이 충만한 밤이었다. 









  2016. 8. 7. SUN

  나날이 새로운 풍경과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최고의 날을 매일 경신했다. 맛있는 음식과 고요한 분위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흘러간다.라고 적힌 그날의 메모를 보는 기분이 묘하다. 그와 함께 한 시간이 앞으로 더 많이 남았지만 그와 함께했던 시간과 공간이 행복한 감정으로 가득 채워졌던 나날들이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19라는 재앙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에는 낯선 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이토록 절실하게 될 줄 몰랐겠지. 그 시절이 오늘을 살게 하는 것 같다. 여느 때보다 뜨거웠던 그 해, 우리들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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