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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an 13. 2016

유럽은 멀지 않아요.

그라나다에서 플라멩코를. -자유여행-

그라나다 역에 도착했다!!

  안달루시아 지역의 작은 도시 그라나다 Granada : 그라나다 왕국(1238~1492)은 11세기 경 무어인(Moors)들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세웠던 왕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곳곳에 이슬람계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기독교 왕국의 연합으로 1492년에 그라나다는아라곤 왕국에 의해 점령되면서 이베리아 반도에서 마지막 남은 이슬람 문명은 사라지게 되었다. [자료 참조:두산백과] 국교를 인정하지는 않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민들은 가톨릭 신자이다. 많은 종교들이 거쳐간 나라인만큼 그들의 흔적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 약도 Palacio de La Alhambra

  전에도 언급했지만, 이렇게나 큰 유적지이자 관광지도 영어로 된 정보를 찾을 수 가 없다. 티켓 판매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미리 예약해두는 것이 좋다. 나자르 궁 Palacios Nazaries 은 요금을 따로 받고 한 번 입장하면 재입장이 불가하다. 합쳐서 14£ 했던 것 같은데 나자르 궁은 꼭 들어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자르 궁에 있는 정원. 필름 카메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인화해서 엽서로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꽃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에는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꽃과 구름, 나무는 매 순간마다 표정을 바꾼다. 동일한 배경을 찍어도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 아무렇게나 찍어도 "나 살아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알람브라 궁 내부는 경건한 마음이 들어서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다. 이슬람 건축양식으로 이루어진 궁은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창문의 모양과 천장에 새겨진 문양들. 쉽게 접할 수 없는 형태라 그런지 낯설고 묘한 분위기였다. 지금은 소멸한 도시의 심장은 상징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여전히 화려하고 굳건하게 서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그라나다의 전경 village view라고 해야하나.

  사람들을 따라 걷다가 이 창문 앞에서 멈춰 섰다. 어두컴컴한 궁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유난히도 밝았다. 하늘과 땅의 중간 지점에 정확히 맞춰놓은 것 같은 창문의 구조는 어떤 명화도 부럽지 않은 그림을 만들어냈다. 

  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봤다. 그림 같은 풍경을 사진으로 다 담아낼 수가 없었다. 성당과 저택, 곧게 뻗은 나무와 빼곡한 집들은 조그마한 장난감들을 정렬해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궁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버스를 타지 않고 걷기로 했다. 골목마다 기념품을 팔거나 식당들이 즐비했다. 출출해서 간판도 확인하지 않고 들어간 케밥집에서 먹은 피자와 케밥, 특히 샹그리아는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다시 찾아갈 수 있을까.

  그라나다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인 플라멩코 Flamenco. 30£를 내면 동굴 안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음료도 한 잔 포함되어 있는 가격.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리가 들었던 기원은, 전쟁을 피해 동굴로 숨어들었던 예술가들의 한이 서린 춤이라고. 그래서인지 왠지 모르게 춤이 슬프고 한편으로는 기백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때 스패니쉬 음악에 빠졌던 적이 있는데 격정적이고 빠른 흐름에 비해 멜로디나 가사가 애절해서였다. 이별을 노래하며 추는 춤이란 얼마나 구슬픈가.

  메인 댄서였던 두 분. 라이브로 음악을 불러주면 번갈아가며 춤을 추는 방식. 서로 다른 언어로 한 공간에 있었지만 거리감은 느낄 수 없었다. 비장한 표정의 "무희-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와 눈을 맞추며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분위기 때문인지 마냥 흥겹지는 않았다. 애환이 느껴진달까. 공연시간이 짧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충분히 즐기다 올 수 있었다. 애환이 담긴 도시, 그라나다 끝.






  유럽 배낭여행은 내게 활기와 패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면서 정신없이 즐거운 여행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우리는 점점 지도를 내려놓고 목적 없이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것들을 즐기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열정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대의 산물이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아름답기도 하고 경외스럽기도 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여행의 날들을 보냈다. 다시 한 번 유럽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으면서 스페인을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둘러보고 더 많은 것을 담아와야지. 눈과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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