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터뷸런스 May 28. 2018

감정을 극한으로 쏟아 해결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을 극한으로 쏟아 해결될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

사실 친구사이에서도 감정을 많이 쏟지만, 인간의 끝을 볼 수 있는 감정 문제는 대개 가족이나 남녀 사이에서 생겨난다.

평생 함께할 것 같은 애틋한 사이도 한번 틀어지면 상대에게 평생 해보지 못한 저주를 쏟아붓기도 한다. 

감정은 바다 위의 작은 배라고 생각한다. 배는 배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을 떠받드는

바다의 물결이 배의 요동침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 바다 위에 있음은 당신의 의지라고 본다.


물론 감정의 통제가 의지로 되지 않는 문제도 존재한다. 눈앞에서 내 연인이 다른 이성과 바람피우는 모습을

보고도 침착하게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가족이나 연인 간에 발생하는 싸움의 상당수는 아주 사소한 문제들이고, 과거의 일들을 끌어와 더 큰 전쟁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애초에 싸움이 시작되면 이미 그 싸움은 내용이 중요하지 않아진다. 얼마나 나의 논리와 논거가 상대를 압도하는지에 포커싱이 된다. 감정이 격화되어 진행되는 말싸움이 의미가 없는 이유는 타협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기기 위한 싸움에는 협상도 없고 좋은 결말 따위도 없다. 


그래서 감정이 지나치게 격화되었을 때는 무조건 해결하려 하기보다 일단 서로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우선이다.

사람들이 자주 헷갈리는 것이, 감정 자체를 싸움의 이유로 여기는 일이다. 감정은 소모된다.


소모된다는 말은 다시 채워지지 않거나, 채우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니 어떤 이유로 충돌이 생겼을 때

서로가 소모되는 감정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한다. 

최대한 소모되는 감정의 크기를 줄이려고 애써야 하며, 결과적으로 말과 행동이 줄어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로 감정은 더욱더 빠르게 소모되기 때문이다. 소모된 감정은 공허함과 허탈감을 야기하며 결과적으로 상대에 대한 실망감만을 안겨 준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배가 요동 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배를 뭍으로 대는 일이다.

감정이 한껏 격앙된 상태에서도 상대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일은, 요동치는 배를 더 깊은 바다 한가운데로 끌고 가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흥분된 상태에서 내렸던 모든 말과 행동들이 대부분 후회를 안겨줬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감정은 당신의 이정표자 등대다. 당신이 기분이 어디쯤에 와있는지 알려주는 신호다. 

특정 사건으로 기분이 폭발 직전이라면 감정은 여기서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혹은 선미를 돌리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다.

거기서 멈추지 못하면 당신은 방파제를 들이받거나 절벽에서 떨어지게 된다. 

관계의 끝은 그렇게 허무하게 찾아온다.


감정은 당신의 것이 맞지만,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지난번 글에서 욕망과 당신을 분리시키라고 했듯, 감정 또한 자신과 철저히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감정은 따스한 햇살일 때도 있고 바다 위의 폭풍이 될 때도 있다. 그러니 따스할 때는 그것을 그대로 누리돼, 폭풍일 때는 잠시 나와 떨어트려 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충돌했던 양쪽 모두가 그 폭풍 때문에 물속에 빠져 죽을지도 모르니까.  

작가의 이전글 나의 관심사는 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