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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May 29. 2018

권태기를 해결하고 싶다면 권태감과 싸우지 마라.

이번 주제는 익명의 제보로 받은 - [직장생활의 권태기]입니다.

- 권태기를 해결하고 싶다면 권태감과 싸우지 마라. -

-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권태기는 정 견디기 힘들다면 헤어짐 이라는 클리어한 방법이 존재 한다.

하지만 일에 대한 권태기는 견뎌내지 못하면 '회사와의 이혼'이라 말하는 퇴사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활동의 정지가 사회적 죽음을 의미한다. 경제논리를 벗어나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있기에 우리는 권태기의 연인보다 더 괴로운 직장생활을 억지로 이어갈 수밖에 없는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무서운 사실은, 현재 일하는 일이 돈을 잘버냐 못버냐와 무관하게 권태감이 엄습한다는 거다.

사실 권태기는 스스로 자초한 문제는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가 매달 다른 곳에서 사는 떠돌이가 아니라면 늘 같은 업무환경에서 지내야 하고, 동일한 라이프사이클을 유지하게 되며, 권태감은 거기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권태기는 우리에게 닥칠 운명이나 숙명과도 같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일에 대한 권태기를 나 혼자만 겪는 거라면 아주 심각한 문제이지만 거의 모두가 주기적으로 혹은 비슷한 강도로 느끼는 아주 흔한 일이라는 거다. 

애초에, 찾아오는 권태기를 "해결" 한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

아침이 오면 해가 뜨고 밤이 되면 어두워지듯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사실 어찌 보면 이 권태기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태도 자체가 더 문제일 수 있다. 

누구나 겪고 / 때가 되면 찾아오며/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실상 자연재해에 가깝다. 

누구도 자연재해 앞에서 인생을 포기할 생각부터 하진 않는다. 일단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지.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뭐가 되고 싶은지보다, 뭘 할 때 정말 행복하고 좋은지를 더 많이 물어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명확하면 그 목표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감내할 미증유의 힘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애초에 돈을 버는 목적은 아름다워도, 버는 과정에서의 행위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때로는 더러운 꼴도 봐야 하고 하기 싫은 일을 강요받기도 한다.  그러니 일 자체의 특성을 완전히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니까.


이 간극을 감안한 채, 직장생활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삶을 나이 때 별로 나눠 구체적으로 설계해뒀다. 감내해야 할 목표가 구체적이라면 때마다 찾아오는 권태감도 승부욕에 의해 무뎌지기 마련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20대는 파악하는 시기 / 30대는 준비한 것을 실행해보는 시기 / 40대는 안정화되는 시기로 나눴다.  

지금은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나의 방식들을 자리 잡는 시기다. 그러니 좀 더러운 꼴을 보더라도 내 경험의 스펙이 쌓아지는 기간으로 본다. 


권태기 때 제일 중요한 점은, 오히려 권태감 자체를 제거하려 몰입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커플들도 사이가 소원해지면 우리가 왜 소원 해졌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따지며 되새기진 않는다. 다른 아름답고 좋은 일들을 만드는 것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것이 훨씬 효과적이니까.


당신의 내면에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를 구체적으로 강화시킨다면, 간접적인 효과로 권태감이 감소할 것이라 믿는다.

나는 회사에서 돈도 벌지만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순간들을 매일 맞이한다. 

나의 방법은 쓰기이고, 효과는 공감 영역의 확대다. 


당신만의 자아실현이 무엇으로 점차 실현될 수 있는지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 가장 추천하는것은 타인의 경험을 간접으로 체험가능한 독서다. 독서만큼 생각의 폭을 깊고 넓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게 없으면 타인의 방식들을 쫓다가 권태기보다 더 심한 침체기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책을 아예 읽지 않는 사람은 타인의 삶을 컨트롤 씨브이 하다가 끝나기 쉽상이다. 


결론은 이거다. 내면의 욕구를 좀 더 구체화시키고, 그에 수반되는 재료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틈틈히 준비하자.  꼭 그 욕구에 대한 성취를 당장 얻지는 못하더라도, 다가가는 그 순간들 자체에서 오는 과정들이 색다른 기쁨을 선사하리라 믿는다.


때로는 당장 클리어 하게 해결이 불가능한 권태기의 경우, 나를 웃음짓게 하는 일들에 더 집중 해버리는것도 좋은 대처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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