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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Oct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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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무엇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내가 어디쯤에 와있을까 돌아봤는데 예상 못한 춥고 휑한 공간이었을 때가 있습니다. 주위에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여기가 맞나 싶다가도 다시 옷메무새를 추스르고 걷습니다.

물론 도착하면 나를 반갑게 맞아줄 내 어머니가 계실 것이니 그래도 걷습니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아들이 생각보다 바보 같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왔으니 안아주십시오. 


누군가의 무엇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단 한 번도 누군가의 무엇이 완벽하게 돼본 적은 없습니다. 

[들려오는 수많은 소음 속에서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이어폰 삼아 들으며 걸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볼륨을 줄이고, 당신이라는 볼륨은 한껏 추켜올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청력은 조금씩 무뎌졌지만 하나도 싫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만 귀 기울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내 여정은 모두 값졌습니다. ]


평생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나를 부축해 주십시오.

나는 누구의 무엇이 되기 위해 살아왔으나 결국 무엇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리의 소음들마저도 당신이 내게 보내는 세레나데로 들리는 것은 내 마음이 한껏 차있었기 때문입니다.

터진 마음이 주워 담아지겠습니까 마는, 나는 그것들을 주워 담아 무언가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작은 컵 하나를 주십시오. 거기에 무엇이라도 흙 묻은 잔재들을 쓸어 넣겠습니다.

그리고 굳혀서 무언가를 만들어 배시시 웃으며 내밀겠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게 이런 것들이라도 남았다고.



ㅡㅡㅡㅡㅡ

인스타그램 @_wild_ride 로 찾아 오시면 다른 종류의 글들과 저의 엉망진창 와장창 라이프 스타일을 구경하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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