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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Mar 17. 2016

당신이 입는 그것들도 당신이다.

무심코 지나가는 것에 대한 고찰.

옷 입는 것을 좋아하여 옷 파는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항상 만나는 사람마다 어떤 복식을 갖췄는지를

먼저 보게 된다. 

대개의 남성 들은 여성과 마주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얼굴과 가슴 혹은 가슴과 얼굴 순으로 본다지만 나의 경우 입은 옷을 먼저 본다.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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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다니다 보니 참 여러 부류의 어른들과 마주하게 되지만 아직도 인상 깊은 것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느 선생님의 단정한 옷차림 이었다.

정확히는 단정함 그 자체만이 임팩트로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그분의 위치와 영향력에 걸맞는 자연스러운 옷차림이, 케릭터에서 뿜어내는 아우라와 딱 들어맞아 보였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분은 부서 전체의 부장 선생님 이셨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생각보다 입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게 된다.


착장이라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단을 벗어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외부로 알리는 행위이며자신감을 최대한으로 표출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군인에게 있어서 갑옷과도 같은 수단이다.

(왜 궁서체가 없지?)


남녀 간에도 처음 마주했을 때 그 사람의 이미지가 연애의 포문을 여는데 큰 공헌을 하는 것처럼

당신을 처음 보는 이가 당신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오직 당신의 외양, 스타일뿐이다.


그리고 마주한지 5초 사이에 소비되는 그 이미지로 타인에게 꽤나 그럴싸한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좋은 갑옷을 착용 하는 데 있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끗발 좀 날린다는 사람들이 게임에서의 장비처럼 점점 더 비싼 옷과 액세서리를 찾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입었을 때 다르고, 실제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BJ 김이브 - 출처(AING NTE)

얼마 전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된 짤막한 영상에서 나온 아프리카 BJ 의 발언이 생각난다.

그 BJ 는 상의가 쫙 붙어 몸매가 부각되는 소재의 옷을 입고 방송을 진행하다가, 별풍선을 날리지도 않는 불청객의 질문을 받게 된다.


"누나 너무 뽕을 많이 넣은 거 아니에요?"

   BJ

" 야 내가 쪼랩이냐? 내가 방송 만렙인데 필드 나갈 때 장비도 안차고 나가겠냐?"


BJ의 말발과 센스가 작렬하는 순간으로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거지. 

나의 경우 꽤나 큰 공감대가 형성이 되더라.


당신의 활동영역에서 적합한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부재하다면, 당신은 필드에서 알게 모르게 손해보는 순간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필드에 부합하는 장비를 갖추는데 관심을 쏟는다는것은 지극히 정합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없어도 된다. 대신 주식회사 하이트 진로의 순이익률 증대에 큰 공헌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인턴 - 출처(네이버)

영화 인턴의 도입부에서 주인공 벤은 인턴에 합격된 후 첫 출근 전날 자신의 옷장을 공개한다. 

그곳에는 수십 종의 타이와 그 타이를 나열할 수 있는 전동 방식의 진열대 (여기서 눈이 돌아갔다. 탐났다. 굉장히.)가 나오고 

그 외에 깔끔하게 수납된 블레이저와 셔츠, 액세서리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알든으로 추정되는(!) 어메이징한 구두를 박스에서 꺼내어 살피는 모습에서 전형적인 스타일 덕후의 향을 감지할 수 있었다. 

(덕후들은 좋은 신발을 절대 그냥 보관하지 않고, 구매한 상태 그대로 브랜드 박스 안에 넣어 보관한다)


영화 인턴 - 출처(네이버)

그리고 입사 첫날 대표와의 5분 면담을 갖게된다. 회사 대표인 줄스는 (앤 해서웨이) 벤의 FM에 가까운 빡센 정장 차림을 보며 편하게 입고 다니라는 말을한다.

그리고 벤은 그 말에 배시시 웃으며 무덤덤하게 대답한다.


"저는 이게 편합니다"


잘 생각해보라.

어떻게 몸에 달라붙는 셔츠에 정장, 목을 옥죄는 넥타이가 편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나이 드신 분이 몸도 슬림하지 않으신데.

정확히 말해 그 정장자체가 입을 때 편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는, 자신이 필드에서 활동할때 늘 입던 차려입은 정장차림이, 일할때는 더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를 한것이다. 

줄스가 말한 시선에서 약간은 비껴 나가는 우문현답이라고 볼수도 있겠다. 센스쟁이!


고로, 벤이 그러했던것처럼 당신에게도 필요하다. 지금 활동하는 타이트한 긴장감의 영역안에서도 당신을 든든하게 받쳐줄 복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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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 - 출처(네이버)

요즘은 #소통의 시대이다. SNS에서는 #해시태그 를 통해 우리는 무한한 관계의 확장을 경험한다.

현실에서든 SNS에서든 당신과 마주하는 이들에게 보여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외양이 아니라, 

당신의 전문 분야에서 뽑아내고 있는 산출물들에 대한 교류 혹은 재생산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영역에서 그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시작점에서부터 끝까지 농밀하게 가져가길 원한다면? 

그들에게 보여줄 당신의 "준비된 모습" 은 스스로에게 당당함을 이백프로 충전해줄만큼 잘 꾸며져 있을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고자 하는바, 혹은 보여주길 원하는 것을 가장 패기 있게 표현할 수 있게끔

해주는 "당신만의" 장비들을 잘 갖춰 놓기를 바란다.

좋은 장비들은 당신을 그 필드의 만렙유저로 만들어 주는데 큰 공헌을 할것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좋은 옷을 한벌도 안 사본 사람은 있어도, 한벌만 사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의 경우 TPO를  배제한 채

개떡같이 입고 다닐때가 많다.

그래서 이 글은 통전성이 없는 똥이다. 똥.  


나는 이 지경이니 당신은 잘 입고 다니길 바란다.

혹시 아나. 그러다가 당신도 앤해서웨이 같은 사장에게 이쁨 받는 일이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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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 @gowild_official 에서 전혀 다른 글들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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