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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Mar 17. 2016

지금 입고 있는 것이 당신의 옷일지도 모른다.


제목만 얼핏 보면 지난번에 언급한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 일 것 같으나 미안하게도 그렇지 않다.

이 글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글이다.


모태신앙으로 교회를 30년간 다녔다. 종교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그렇기에 워낙에나 경건하고 조심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 


튀는 비주얼로 튀는 행동을 일삼으며 살았지만 이런 것들 또한 보수적인 교회에서 딱히 달가워하는 코드는 아니었다.





이해가 잘 안 간다면, 절에 계신 스님이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코와 배꼽에 피어싱을 했다고 연상해보라. 

한마디로 가당찮은 느낌일 것이다. 통념상. 

나는 그렇게 경건함과 보수의 극치스러운 곳에서 전혀 상반된 나로서 삶을 연명해왔다.




나는 상대방 어머니 아버지의 안부를 상세히 묻는 그런 하드코어 한 힙합을 좋아하는데,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아주 리드미컬한 재즈 혹은 경음악이다.


평소 추구하는 스타일은 깡패에 가깝다. 가죽재킷에 워크 부츠, 강렬한 자수가 박혀 진 

험악한 디자인의 옷들. 그런데 성격은 감수성이 충만한 A형으로 보시다시피 글 쓰는 것을 즐긴다.


아주 이상한 조합이다. 마치 청국장에 크림 파스타 같은 조합이랄까. 


그런데 지금의 삶이 마치 맞춤 정장을 입은 것처럼 아주 편안하다. 

뭔 이야기냐 하면, 내 안에 서로 다른 것들의 조합이 의외로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내 안에 굉장히 모순된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혐오에 가까운 거부반응을 가졌었다.

어떨 때는 미친 듯이 이기적이고 어떨 때는 한없이 헌신적인데,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러니 그런 시간이 1년, 2년, 5년, 10년 지나자 변하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내 안에 모순된 것들 중 변하지 않는 그것들은 "나"라는 것을 수긍하기 시작했다.




흰색과 가장 어울리는 색은 검은색이다. 

두 색은 무채색 인 것과 동시에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색임에도 불구하고 둘을 섞어 놨을 때의 

가시성은 가히 독보적이다.


왜 파란색과 하늘색처럼 비슷한 색들만이 잘 어울리고 그것이 조화롭다고 생각돼야 하겠나.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이나 예술품들을 살펴보면, 서로 극명한 색의 대비가 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것처럼 당신 안에 내재된 상반된 모습들이 때로는 남들에게 없는 고유의 독특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있는 색을 똑같이 갖고 있어봤자, 그들과 종이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 몰개성 한 색채로 삶을 지낼 지도 모른다. 그거야말로 끔찍하지 않은가.




나이가 먹어가며 사회의 풍파 속에 적당히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 나가면서도

바뀌지 않는 내 것들이 있었고, 이제야 그것들은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새로운 것을 얻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것들을 최대한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그게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버리는 것만큼이나, 가진 것들 중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분명히 당신이 갖고 있는 것 중 상반되는 특정 부분이, 알고 보면 당신만이 가진 독특한 색채이자

무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당신은 단수가 아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자녀이자, 친구이며, 동료이자, 리더이고, 선배이자, 후배이다.

그 모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신은 당신에게 많은 모습들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그것들은 오롯이 당신에게 속해있다. 그러니 찾고, 분류하며, 정리해보길 바란다.


모순(防牌)은 창과 방패 라는 뜻이다.

해석하자면 앞뒤가 다르다는 뜻이겠지만 당신안에 모순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잘 정리하다 보면

그것들 조차도 당신이 가진 창과 방패가 되어 당신만이 가진 무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instagram : @gowild_official에서 전혀 다른 글들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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