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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Mar 18. 2016

기브엔 테이크의 함정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해줘라.

친구나 연인 간에 기념일 날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흔한 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기념일 날 불편한 점을 느낄 때가 많다는 것이 문제 아닌 문제가 돼버렸다.


간단하게 누군가의 결혼식 통보를 받을 때도 우리는 그 사람의 결혼을 어떻게 축하해줄까 고민하기 보다는

축의금을 얼마 해야 될지 고민부터 시작한다.

혹여 내가 5만 원 했다고 날 돈 없는 사람 취급하지는 않을지, 그렇다고 10만 원 하자니 이 사람과의 관계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참 애매할 때가 많다.


애초에 주고받는 것은 서로의 선의에 의해 시작되어야 하지만

최근의 세태는 선의를 가장한 겉치레에 가깝게 느껴질 만큼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여자들은 밸런타인데이에, 남자들은 화이트 데이에, 친구 간에는 빼빼로 데이에 이런 것들 다 챙기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다. (인간적으로 짜장면 데이 챙기자는 건 뭐냐 진짜)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굳이" 해줄 필요는 없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이런 무슨무슨 데이들은 그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수단"으로써 사용되어야 하는 날들이라는 것이다.


"XX데이 라서 줘야겠다"  가 아니라 "XX데이 니까 줘야겠다" 가 올바른 표현 방법이다.  


~라서 와 ~니까 이 두개는 굉장히 큰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는 타의의 영향력에, 후자는 자의에 의한 태도에 속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SNS를 즐겨한다. 본인도 꽤나 즐겨하는 편이다. 기념일에는 지인들의

주고받는 것들이 타임라인 혹은 피드에 올라오니까, 본인도 어느 정도는 받기를 바라게 된다.


다만 누군가는 그날 받은 사탕과 초콜릿의 크기가 사랑과 우정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저런 못생긴 X도 저런 거 받는데.."라는 심리가 작용한다.

(본인은 SNS를 하지 않는 여자친구를 만나기에 저런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다)


-


게다가 일부 남자들은 사탕만 선물하면 왕창 욕먹고

좀 더 센스 있게 초콜릿만 사줘도 욕을 먹으며

거기에 선물까지 준비해야 그나마 "평타"를 치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게다가 선물이 보잘것 없으면 애정이 식은 남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오빠, 선물 고르기가 그렇게 귀찮았어?"라는 발암물질 발병 공격과 함께.


지져스 크라이스트. 오 주여.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현상들이 바라는 그 사람 한 명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사람은 자신의 환경에 걸맞은 의식주를 추구하게 되어있다. 당연히 어느 정도의 부를 누리는 동네에 살거나

그러한 친구들이 주변에 즐비하다면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지사 이기 때문이다.


자, 여기까지 말하면 기념일로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해 내가 만나야 하는 훌륭한 친구나 연인은 이래야 한다.


SNS를 하지 않고,
기념일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집에 돈이 너무 많지 않아야 하고,
당신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친구는 없다. 최소한 위 조건중 한두 가지 정도만 거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 해당된다.

그리고 상대에게 바라는 심리 자체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바랄 수 있다.

그런데 관계를 맺는 대상이 위의 네 가지가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면 선물을 해줘야 하는 당사자는 굉장히 피곤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이 불편함들을 회피하기 위한 개인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스킬들을 말해보려 한다.



1. 해줄 거면 상대가 원하는 걸 해줘라.

어차피 우리 사이도 기념일 때 어느 정도 써야 하는 건 맞다.  안 할 수 는 없다고. 남들 지지고 볶는데.

다만 그게 낭비가 될 확률이 높다는 걸 감안하여야 한다.

서프라이즈도 선물도 좋지만 그건 어쨌든 상대가 모르는 것을 준비해야 하는 건데, 막상 준 선물이 상대방 취향이 아닐 때 그건  낭비가 되어 버린다.


그러니 선물할 시즌이 오기 전에 무엇을 사줄지 구체적으로 협의를 한다던가, 의류면 의류 가방이면 가방 같이 대략적인 카테고리를 정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주는 사람도 받는 이의 만족도에 대한 부담을 덜하고,

받는 사람도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로 인해 마음고생할 일이 없게 된다.


어떤 커플이 1주년 때 커플반지로 은반지를 장만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멋져 보였었다.

왜냐하면 그 커플은 경제적으로 부족하지도 않으며 돈도 잘 벌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 열심히 벌어서 저축하는,  함께 미래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커플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금이 아니라 은이라서 멋지다는 게 아니라,

그런 부분까지도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꽤나 어른스럽지 않나 생각된다.


2. 연인 간의 경우 구매하는 선물의 금액 상한선을

여자가 정해줘라.

남자가 정하자고 하면 뭐 이런 쫌팽이가 다 있어 라는 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

더치페이 까지 칼같이 5:5로 하자고 하지 않겠다. 그런데 최소한 서로 지갑 사정 뻔히 알면서

"그래도..."라는 심리를 갖는 건 도둑놈 심보다.


친구 간에는 협의하여 이 정도 금액을 넘지 말자고 서로 사전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너무 구체적이라 속물 같아 보일 것 같다고?

이걸 정해두지 않으면 자기가 얼마나 심각한 속물인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적은 금액이라도 진심이 담긴 선물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만,

귀찮아서 대충 해주는 값비싼 선물은 당신과 별 상관없는 사람들의 좋아요 몇십 개 외에는 얻을 것이 없다.


위처럼 금액을 정하는 것 말고도, 아예 처음부터 이런 날은 하고 이런 날은 하지 말자고 협의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3. 지금까지 언급한 위의 이야기들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멍청이에겐 백약이 무효하다. 백치미는 미가 아니라 죄다.

그것도 지금으로 치면 가중처벌 대상감이며

조선시대라면 능지처참, 오체 분시, 거열형 후 부관참시를 해도 모자라는 중죄라고 봐야 한다.


당신이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그녀의 가슴크기, 그 남자의 키, 그 친구의 재력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당연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상식과 도덕성이다.


위의 복잡하고 귀찮은 짓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당신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사랑 가운데 수십 년의 인생을 살아온 누군가이며

당신은 그 수십 년의 인생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어마어마한 관계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지금만을 잘 보낼 것이고

서로가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할 때 결혼 혹은 평생의 친구로 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연인이나 친구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 이렇게 말해보라.


오늘이 이런 기념일 이어서 기쁘다.

이날을 구실로 너에게 선물을 줄 수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평소에 더 잘해주고 싶다.


당신은 똑똑하기에 잘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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