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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뷸런스 Sep 26. 2017

You are already good enough.

나는 우리를 문제아 삼는 사회를 극도로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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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 그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지만, 졸업한 지 3년이 다되도록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며, 그 덕에 변변찮은 스펙 또한 쌓지 못했고, 금수저가 아닌 그는 남들처럼 해외유학을 가본 경험도 없다. 

그러다 보니 반복되는 궁핍한 일상은 그에게 술과 담배가 없이는 도저히 살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게끔 만들어 갔다. 

우리가 이런 그에게, 무조건적으로 잘못이 있다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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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누구나 무언가에 중독되기 쉽다. 인간 본연의 나약함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확히는 지나치게 급변하는 세태와, 무언가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되고,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선택지는 죽음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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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끊어지는 죽음만이 죽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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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단절되고, 그들과 어울리지 못함은 사회적인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는 무언가에 대한 중독뿐이다.

그게 술과 담배가 아닌 이성이 될 수도 있고, 도박이 될 수도 있으며, 더 심한 경우 강력 범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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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젊은이들의 범죄 기사를 보며 함부로 손가락질하지 못한다. 

때로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삶이다. 도저히 통제하지 못할 감정과 서툴러져 가는 이성적 판단은 자신이 선택하기도 하지만 강제로 부여받기도 한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더럽게 뻔한 말을 반복하고 싶을 뿐이다. 왜 누군가에게 터진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시킬까. 20대의 우울증과 정신문제는 지극히 심각하지만 사회는 그런 것보다 취업률, 실업률, 성혼율 따위의 수치 놀음으로만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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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안 낳는 게 문제가 아니라, 왜 애를 안 낳으려고 하는지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것 아닌가?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따질 때, 왜 장사가 안 되는 지보다, 주요 소비층인 젊은 청년들이 왜 지갑을 열지 못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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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지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을 의지박약으로 치부하는 근시안적 소견을 극도로 혐오한다.

우리는 흩날리는 바람결에도 웃음 지을 줄 알고, 누군가의 작은 아픔 속에서도 쉽게 눈물 흘리는 가장 뜨거운 세대이다.

누구보다 찬란해야 할 이들이 찬밥 취급받는 현실을 증오한다. 

당신이 무언가에 심각히 중독되어 있다고 해도 죄책감에 살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모두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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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당신을 다독거리는 따스한 한 번의 손길만 있어도 그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고통을 알아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을 뿐이다.

혹시라도 털어놓지 못할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조금만이라도 기운 냈으면 좋겠다. 

그 누구보다 열악한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그 자체가 그 무엇보다 대단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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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서재에 꽂힌 수백 명의 위인전보다, 지금이라는 지옥을 버텨내는 당신이 더 존경스럽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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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wild_official#go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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